배우자에게 배우자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날 때는 대부분 자기 자신와 다르기 때문에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결혼을 하게 되면 서로 다른 것이 불편함으로 이어지기 쉽다. 결혼은 매력으로만 이어갈 수 없는 실질적인 삶을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돈까스와 같은 양식을 좋아하는데 아내는 된장찌개와 같은 한식을 좋아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어떤 문제든 반복되고 지속되다보면 자연스럽게 잔소리도 늘게 되고 의견충돌도 잦아질 수밖에 없다.
하나님이 직접 설계하신 제도가 가정과 교회라고 한다. 가정을 설계하신 이유는 서로 다른 사람을 함께 살게 하여 자신이 못 보는 부분을 배우자가 봄으로 보완이 되게 하고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배우자를 통해 배우고 채워가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가정에서 훈련이 되면 교회와 같은 좀 더 큰 공동체에서 서로에게 경험과 지식을 배우고 채워서 세상 끝까지 아름다운 영향력을 미치게 하기 위함이리라. 세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것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면 생각이 좁아지기 쉽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섞여있어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다양해진다.

독립성과 자율성

비빔밥에는 다양한 식재료가 같은 그릇 속에 들어간다. 우리는 보통 숟가락으로 비비지만 본래는 젓가락으로 비비는 것이라고 한다. 숟가락으로 식재료를 부숴뜨리며 비비는 것이 시간도 빠르고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젓가락으로 식재료 하나 하나 고유한 것을 살리면서 섞으면 음식맛은 배나 살아난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담아내는 데는 도구와 기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러면 사람들은 행동을 스스로 조정하고 다른 사람이나 공동체에 관련된 어려운 문제를 자신들만이 가진 독특한 방법들을 모아 집단지성으로 자연스럽게 해결하게 된다. 노르웨이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리누즈 토발즈는 유닉스라는 컴퓨터운영체제를 변형하여 “리눅스”라고 이름을 붙인 후 소스코드를 공개함으로 대가없이 일하는 프로그래머 수천 명이 참여하게 되고 공헌함으로 더욱 체계있고 견고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인 “Windows”와는 달리 “Linux”는 그 누구에게도 소유권이 없고 누구나 문제점을 제시하고 해결책도 제안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이 곳에는 조직도 없고 계획도 없지만 조직이 있고 계획성있게 진행하는 회사의 제품이 오히려 리눅스의 다양성을 따라올 수가 없다.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집단은 어떤 시스템에 갇혀있는 조직체가 아니라 자유로우면서도 활력있는 유기체가 된다. 성경에서는 공동체를 몸으로 비유하였다. ‘몸’이라는 단어보다 유기체에 대한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헨리 블랙가비는 그의 책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에서 이런 예화를 소개한다. 철로 위를 걸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비교적 눈이 보는 것에 의존하여 걸어간다. 이 때 귀가 말한다. “뒤에서 기차 소리가 들리니 철로 위에서 내려야 해”. 그러나 눈은 자기 앞에 기차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며 귀의 의견을 무시하고 철로 위를 그대로 가고 있다.
 이제는 발이 나선다. “기차가 달려오는 쿵쿵거리는 울림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껴. 빨리 철로에서 내려야 해”. 눈이 자신이 보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귀와 발이 전해주는 정보를 무시한다면 달려오는 기차에 치어 몸 전체가 종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때로는 부정적인 의견도 리스크를 줄이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비빔밥을 젓가락으로 한 가닥 한 가닥 비벼나가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에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깊은 동기를 보듬기 위해 성령이 주시는 마음으로 탐색질문이라는 프로세스를 간과하지 않는다면 다른 것이 불편함이 아니라 전체를 세우고 살리는 도움이 될 것이다.

비위와 소화

비빔밥뿐 아니라 모든 음식에는 서로 다른 재료가 섞여있고 음식과 음식도 서로 다르다. 내 몸 밖에 살던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 내 몸과 하나가 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름하여 소화를 시킨다고 한다. 소화가 되면 건강하지만 몸이 약해서 또는 비위가 거슬려 소화가 안되면 병이 된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소화가 안되는 사람도 있고 소화가 잘 되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이고 모두가 하나님의 걸작품이지만 자신의 경험과 편견에 따라 소화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입에서 당기지 않는 음식이 몸에 더 좋을 때가 많듯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이 오히려 꼭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음식재료 한 가지는 입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다른 재료들과 섞이면 무슨 맛인지 모른채 잘 넘어가 소화가 된다. 그래서 지혜로운 엄마는 아이가 먹어야 하는데 싫어하면 다른 것과 섞어주든지 아니면 아이가 좋아하는 조리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방법이 다르면 맛이 달라진다. 다양한 의견수렴 방법이나 융합하는 프로세스가 잘 설계되면 건강한 공동체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우리와 함께 계시기 위해 오신 임마누엘의 주님(마1:23, 28:20, 막3:14, 요14:16-18)은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화평하도록(히12:14) 사명을 맡겨주시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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