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희 박사(상도종합사회복지관 관장)

갈등을 정의한다면 반대되는 욕구와 동기, 가치관의 차이와 그로인한 충돌로 야기되는 불안한 긴장상태라고 할 수 있다. 즉 개인의 능력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와 서로 상반되는 욕구나 목표가 공존할 때 갈등이 발생한다. 갈등이론을 처음으로 가정과 부부의 관점으로 바라본 Sprey(1971)는 갈등이란 개인 또는 가족들이 희소한 자원, 논쟁이 되는 수단, 양립할 수 없는 상반된 목표, 등과 대립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Berger와 Kellner(1974)는 서로 다른 세계를 경험한 두 사람이 상대의 경험 세계에 대해 자신의 인식 범위를 넓혀가며 두 사람만이 공유할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보았고, Coleman(1984)은 부부갈등을 부부간에 상충되는 욕구, 목표, 기대의 불일치라고 정의하였으며, 이러한 불일치는 부부 외에 대인관계를 비롯한 여러 영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

부부갈등에 대한 국내 연구에서 유승하(1996)는 부부갈등을 부부 역할분담의 모호성과 역할기대가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역할갈등과 부부의사소통 과정에서 겪는 의사소통 갈등, 부부간의 가치 차이로 인한 가치관 갈등과 이로 인해 생겨나는 부차적인 정서적 갈등으로 보았으며, 최규련(1994)은 가족 기능의 안정은 무엇보다도 원만한 가족관계로부터 파생되며, 가족관계는 부부관계로부터 출발되는데, 기능적인 부부관계는 가족 기능의 안정적 바탕을 제공한다고 하였다. 또한 박세경(2004)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가족원이나 부부들은 심리사회, 정서적 욕구가 채워지지 못하여 가족원간에 갈등과 긴장이 심화되어 가족해체의 현상이 발생될 수 도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건강한 부부라 할지라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다보면 배우자에 대한 불만족이 나타나게 되며, 사소한 불만족이라 할지라도 묵인하고 소홀히 다루게 될 때 이로 인한 부부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이는 곧 부부관계 역기능을 초래하고 나아가 자녀와 가족구성원에게까지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행복한 부부생활을 유지·발전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부부는 각자 결혼이란 새로운 경험을 통하여 서로 다른 환경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배우자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협력하기 위해서 지적 및 의지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부부가 상대의 성장 배경과 그가 속한 문화 및 정서체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여도 스트레스에 노출이 되면 부부관계에 다시 갈등이 유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부부가 어떠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서로를 신뢰하고 이해 할 수 있는 교육 및 의도적인 훈련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근본적인 사회화 과정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갈등 현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은 성장하는 사회화 과정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갖게 된다. 성역할에 관한 사회화의 특성과 그 효과에 관하여 연구한 Gilligan(1982)에 의하면, 남성과 여성은 어려서부터 서로 다른 사회화 과정을 거치게 되며, 여성은 타인과의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발달하게 된다. 그러나 남성은 타인과의 관계를 분리시키는 과정 속에서 정체성이 발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므로 성인이 된 후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여성은 일반적으로 상대와 분리를 경험할 때 위협을 받는 반면 남성은 지나친 접근과 친밀감을 느낄 때 위협을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이 갈등으로 발전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화 과정의 차이는 부부가 서로 가까워지는데 있어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며, 부부의 관계에 있어서 아내는 남편과 좀 더 친근한 관계를 원하는 반면, 남편은 아내로부터의 독립을 원한다. 또한 아내는 남편에게 아내를 위해 헌신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서로의 친밀도를 높이려 하는 반면, 남편은 될 수 있는 대로 아내의 요구와 불평을 피함으로써 부부간에 발생하는 문제를 풀려고 한다. 이러한 차이는 결혼 후 부부간에 갈등을 느끼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다음호는 제 3부 부부관계향상을 위한 논의 ‘부부갈등 2’가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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