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다 스네이크 로드

기회를 엿보던 안티파테르는 케이르의 지시를 받은 미트리다테스가 이집트를 원정할 때 이집트 북쪽의 요새 셀루지움에서 곤경에 처한 미트리다테스를 구하면서 적을 섬멸하고 셀루지움을 정복하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이 일로 인해서 케사르는 안티파테르에게 로마 시민권을 부여하고 온갖 세금을 면제해 주었다.
이때 폼페이에 의해 로마로 압송되었던 유대 왕 아리스토불루스의 아들 안티고누스가 안티파테르는 출세나 꿈꾸는 교활한 인물이기 때문에 가까이하면 안 된다고 케사르에게 하소연을 했다. 안티파테르를 곤경에 빠뜨리고, 감금된 아리스토불루스를 석방케 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케사르는 오히려 안티파테르를 유대의 행정장관으로 삼았고, 안티파테르는 장남인 파사엘루스를 예루살렘 총독으로 차남인 헤롯을 갈릴리의 총독으로 삼아 출세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 헤롯이 바로 후에 헤롯대왕이 되며 마사다를 건설한 장본인이다.
로마에서는 케사르가 카시우스와 부르투스 등에게 암살당하고 카시우스는 전권을 장악한 다음 유대에 세금 700달란트를 내도록 하였다. 안티파테르는 말리쿠스가 카시우스에게 돈을 내는 일을 머뭇거리는 바람에 처형당할 위기에 처하자 대신 100달란트를 내면서 무마하였다. 로마로 돌아간 카시우스는 안티파테르의 아들 헤롯을 수리아의 행정장관에 임명했다. 안티파테르의 권세가 커지자 그 도움을 받았던 말리쿠스가 안티파테르를 독살하였다. 그러나 말리쿠스는 권력을 차지해 보기도 전에 카시우스와 헤롯에게 죽임을 당했다.
한편 유대는 로마에서 도망쳐온 안티고누스가 권력을 장악하고 다스렸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헤롯을 몰아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때 헤롯은 알렉산더 얀네우스의 딸 미리암네와 약혼함으로 왕가와 친척관계를 맺었다(정식 결혼은 헤롯이 로마에서 돌아온 후 3년 만에 유대를 정복하는 도중에 하였다). 이때 로마는 카시우스가 실각하고 안토니와 젊은 케사르가 권력을 잡았다. 안토니는 헤롯과 파사엘루스를 유대의 분봉왕으로 임명했다. 파르티아 총독 바르사파르네스와 파르티아의 왕자 파코루스는 안티고누스의 뇌물을 받고 유대를 공격하여 파사엘루스와 힐카누스 대제사장을 체포하였다. 이때 헤롯은 부하와 가족들을 이끌고 마사다 요새로 피신하였다. 그리고 가족과 부하들을 마사다에 남겨 둔 채 헤롯은 페트라로 가서 아버지 안티파테르가 많은 도움을 주었던 아라비아 왕 말리쿠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고 쫓겨났다. 거기서 이집트로 가는 도중 형 파사엘루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헤롯은 복수를 다짐하며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가서 거기서 배를 타고 밤빌리아를 지나 로도스에 이르렀고, 거기서 친구들의 도움을 얻어 큰 배를 만들어서 로마로 가서 안토니를 만났다. 헤롯의 말을 들은 안토니와 케사르는 원로회를 소집하여 헤롯을 유대의 왕으로 임명하고 다시 유대로 파견하였다. 마사다의 가족과 부하들을 안티고누스의 공격으로부터 구원하고, 약 3년 6개월의 악전고투 끝에 유대에서의 권력을 장악하고 헤롯대왕이라 불리게 되었다((요세푸스 유대전쟁사 1권 10~21장 참조).
이후 헤롯은 마사다를 요새로 만들었다. 이렇게 로마의 친구가 된 헤롯이 건설한 마사다는 약 100년 후에 로마에 대항하는 절대적인 요새가 되었다.
로마의 유명한 10군단은 마사다를 완전히 포위하였다. 처음에는 이렇게 포위하고 있으면 먹을 것과 물이 떨어진 저항군이 항복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비밀 수로를 알지 못한 오산이었다. 전쟁은 3년을 끌었다. 치열하게 로마군이 공격했으나 유대 군은 이를 잘 막아내었다. 지형적인 이점이 있었기 때문에 방어는 쉬웠고, 공격은 힘들었다. 1차로 파견되었던 군단장이 병사하고 두 번째로 플라비우스 실바(Flavius Silva)가 군단 사령관으로 부임하여 서쪽에 가파른 경사를 완화하는 언덕을 쌓아 진입로를 확보하는 작전을 사용했는데 위에서의 공격으로 여의치 못하였다. 로마군은 유대인들을 공사하는 곳에 배치하여 공격을 무력화했다. 유대인이 유대인을 공격하면 안 된다는 계율을 따라 요새의 유대 군은 공격을 중지하고 로마군의 공격로가 차츰차츰 완성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다. 위에서 활을 쏘면 방패막이인 유대인들이 죽을 것이다. 유대 군은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위와 아래 양쪽에서 멸망을 날을 예감하면서 서로 마주 보고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드디어 함락 일보 직전이 되었다. 내일 해가 뜨면 로마군이 진격해 올 것이다. 토성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마사다의 지리적 이점이 사라졌다. 이제는 병력의 숫자와 무기가 우월한 쪽이 이기게 되었다. 변수는 사라졌다. 그날 밤 마사다의 유대 군은 전원 자결했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요세푸스가 열심당을 하나님의 섭리로 본 것이다. 마사다와 예루살렘의 전투에서 열심당은 핵심적인 역할을 했는데 그 활동이 유대인을 멸망시키기로 작정하신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는 촉진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았다. 유대인으로서는 예루살렘의 처절한 저항과 마사다의 장렬한 최후가 유대인다운 것이며 그들의 영광스러운 투쟁으로 인식하는 일이 당연하나 요세푸스는 열심당의 행동 자체가 불신앙적이며 타락한 자들의 전형적인 행동이었고, 이들의 이런 타락한 행동은 도저히 하나님의 용서를 받을 수 없는 것이었으며 예루살렘의 멸망을 재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의 멸망에 대해서 예언을 하셨는데 그 예언은 요세푸스의 유대 전쟁사에서 정확하게 성취되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죄로 인하여 예루살렘이 멸망할 것이라는 예수님의 예언과 죄로 말미암아 용서받을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열심당의 타락한 행동에 대한 요세푸스의 시각은 일치한다.

3. 마사다의 성서적 의미, 평화에 관한 일
마사다가 함락되므로 유대인은 팔레스타인에서 삶의 근거지를 상실하였다. 이후 2000년 동안 방랑의 시대가 이어졌다. 평화를 역설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거부하고 십자가 처형이란 극도의 잔혹함을 선택한 결과였다. 유일 신앙을 고수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예루살렘 전쟁과 마사다 최후의 전투는 호전성이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

평화를 역설하신 예수(눅 19:41-42)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눈물을 흘리시는 장면이 흔하지 않다. 그만큼 눈물을 흘리셨다는 것은 예수님의 감정이 격해지셨다는 뜻이며 예수님께서 보시는 장면이 그만큼 중요하거나, 비참하거나, 큰 것이다. 성을 바라보시고 우신 것을 특별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의 눈물은 죽음과 관계가 있다. 요한복음 11장 35절에는 나사로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멸망할 예루살렘 성을 보시며 우셨다. 그 성에 사는 사람들이 평화에 관한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평화를 역설하셨다. 사람과 사람의 평화, 민족과 민족의 평화, 하나님과 사람의 평화를 위해 오셨고 가르치셨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을 향하여 “평화를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탄식하셨다. 평화를 알면 평화가 형성된다. 죽이고 죽는 일이 사라진다.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심으로 평화의 왕이심을 선언하셨다. 모두 열렬하게 환영하였다. “호산나”를 외쳤다. 그러나 이러한 음성은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십자가에 못 박으라”라는 광기 어린 소리로 바뀌게 되었다. 예수님을 배척하면서 평화를 모르는 본색이 드러났다.

평화를 망각한 역사(마 23:33-39)
이스라엘이 평화를 모른다는 주님의 말씀은 이스라엘의 역사에 많이 있었던 일이다. 아담이 범죄 한 후 바로 그의 아들 대에서 가인은 아벨을 살해한다. 이때부터 의인의 죽음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살인은 심지어 성전에서도 자행되었다. 놉의 제사장들을 죽인 사울의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예수님께서 언급하신 “사가랴의 피”는 역대하 24장 20~22절에 기록된 요아스 왕이 대제사장이었던 여호야다의 아들인 스가랴 대제사장을 죽인 사건을 지칭하는 것이다.
아달랴가 아들 아하시야가 예후에게 죽임을 당하자 권력을 쟁취하여 유다 왕족의 혈통을 말살하는 와중에 요아스는 여호야다에게 구함을 받았고 돌봄을 받았다. 요아스는 은혜를 저버리고 여호야다의 아들 대제사장 스가랴가 우상숭배를 책망하자 그와 형제들을 성전에서 살해했다. 하나님께서 이 일로 인하여 요아스에게 아람의 침공을 받아 크게 패하고 부상하는 징계를 내리셨다. 그러자 제사장들이 모반하여 요아스를 죽이고 그 아들 아마샤를 왕으로 세웠다. 사람들은 요아스를 왕의 묘지에 장사하지 않았다(왕하 13~14장).
이 사건을 예로 예수님은 예루살렘을 선지자들을 죽이고 그들에게 파송된 자를 돌로 치는 자라고 규정하신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 평화를 망각하고 죽음을 부르는 불순종의 역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하셨다. 예수님께서 다시 선지자들과 지혜 있는 자들을 보내실 텐데 그때도 역시 더러는 죽이고, 더러는 십자가에 못 박고, 채찍질하고 이 동네 저 동네로 끌고 다니면서 핍박을 하게 될 것이다(마 23:34). 이처럼 예수님 당시의 유대는 증오와 시기와 불순종과 살인이 난무하는 세상이었다. 이는 자신들을 향한 토성을 쌓아 올리는 일과 다름이 없었다.

토성이 쌓이고(눅 19:43)
때가 되면 원수들이 달려들어 토성을 쌓을 것이다. 성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쌓는 공격용 토성이다. 빠져나갈 수 없도록 가두어놓고 공격할 것이다. 마사다에서 벌어진 일과 흡사하다. 마사다를 포위한 로마군은 결국 서쪽에서 토성을 쌓고 마사다를 정복했다. 로마군의 손으로 행한 것은 아니지만 그 위에 있던 유대인 960명이 죽고 여자와 어린이 둘만 살아남았다. 예루살렘에서 행해졌던 살육 또한 잔인하고도 처참했다. “너와 및 그 가운데 있는 네 자식들을 땅에 메어치며 돌 하나도 돌 위에 남기지 아니하리니” 평화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를 징계할 토성이 쌓이게 된다.

권고받는 날
마사다는 “권고”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히브리어로는 ‘페쿠다’라 하고, 헬라어로는 ‘에피스코페’라고 한다. ‘권고’로 번역되었는데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치거나 권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말의 의미는 “돌보다”는 뜻이다. 하나님께서 권고하신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돌보신다는 뜻이다.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을 향하여 울면서 말씀하셨다. “너희가 하나님의 권고하시는(돌보시는) 날을 알지 못함이니라” 메시아이신 예수님을 외면하므로 하나님의 돌보심을 거절하였으므로 앞으로도 하나님의 돌보심을 구경도 못 한다는 뜻이다. 이 말씀은 70년에 예루살렘 성전 파괴로 시작하여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하기까지 적용되었다. 하나님의 성전을 파괴하는데도 하나님은 로마군의 만행을 묵인하셨다. 성전을 보유한 민족 돌보시기를 중단하셨다. 마사다의 최후 저항이 실패하므로 그 사실이 드러났다. 마사다의 의미는 하나님께서 중단하신 권고(돌보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권고받는 날이란 하나님께서 돌보시는 때를 뜻한다. 즉 평화의 왕이 오신 것은 하나님의 돌보심이다. 유대인들이 율법을 통해서 그토록 이루고 싶어 했던 완전한 구원을 예수님을 통해서 이루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세상에 예수님이 오셨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예수님을 영접해야 한다. 하나님의 아들로, 메시아로 인정하고 섬겨야 한다. 이것이 평화에 대해서 아는 행동이다. 예수님을 영접할 때 하나님과 평화가 이루어지고 심판은 사라질 것이며 사람 사이에 평화가 오고 증오심이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그런 하나님의 권고의 날, 즉 돌보시는 나날들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토성이 쌓이고 날카로운 창을 든 군인들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사다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렇게 단호하게 항쟁하고, 마침내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다고 자부할 수 있으나 그런 공격을 받지 않고, 그런 단호한 항쟁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더 좋은 것이다. 토성이 쌓이고 공격이 시작되었을 때 단호하고 처절한 항쟁은 이미 한발 늦은 것이다. 수많은 목숨이 이슬처럼 사라진다. 하나님의 권고를 알고, 평화에 관한 것을 알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다. 그것이 더 좋은 것이다.

평화에 관한 일
마사다는 이스라엘의 자랑스러운 역사의 현장이다. 후손들에게 국가의 중요성과 역사성을 가르치는 최상의 교재이다. 스네이크 로드에서 학생들은 “다시는 빼앗기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민족에 대한 애착과 국가에 대한 충성을 다짐한다. 이곳에서 막강 로마군에 대항하여 3년을 버텨낸 조상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애국심을 키운다. 그러나 그 애국심이 평화를 배제하고 있다면 그러한 교육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예수께서 그토록 강조하셨던 평화를 모르기 때문이다.
평화를 알지 못한 결과는 로마의 유다 정복에서 참혹하게 나타났다.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함락시킬 때 죽은 유대인의 숫자는 약 137만 명이다. 예루살렘의 인구가 그렇게 많았던 게 아니다. 초막절 행사로 전국에서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으로 모여들었을 때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포위하였기 때문에 빠져나가지 못하고 희생당한 것이다. 요세푸스는 이때 굶어 죽거나 유다 주전파(열심당)들에 의해서 약탈당하고 처형당한 유대인의 숫자가 60만 명이라고 기록했다. 티투스는 여러 차례 투항할 기회를 주었으나 열심당은 이를 거절하였다. 그리고 끝내는 성전의 파괴와 거의 전멸이라는 참혹한 결말로 예루살렘은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마사다가 역사 속의 유명한 현장이 되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런 항쟁이 없이 나라를 지키고 역사를 유지하는 것이 유대인들에게는 더 큰 행복이었을 것이다. 마사다를 끝으로 시작된 유대인의 역사는 세상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기회는 하나님께서 돌보시는 날이란 형태로 주어졌다. 평화를 역설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외면하고 돌보시는 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평화를 사랑하지 않는 자의 결말이 어떠한지 마사다에서 본다. 그들은 결국 자기들끼리 서로의 목숨을 끊는 일까지 해야 했다.
마사다에서는 평화에 관한 일을 생각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필요로 하시는 사람은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가정에서 평화를 만들고 교회에서 평화를 만들고 사회에서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예수께서 역설하신 평화에 관하여 알지 못하면 이 일은 불가능하다. 이 일이 되지 않으면 하나님 곁에 머물 수 없다. 예수님을 본받고 예수님에 의하여 움직이는 일로 이루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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