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준 목사(수정교회)

사람은 누구나 시간이라는 틀 안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시간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연대기적인 시간인 크로노스의 시간이 있는 반면, 의미를 담고 있는 시간인 카이로스의 시간도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크로노스의 흐름 속에 살아가지만, 언제나 카이로스를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새해를 시작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가장 지혜롭게 활용할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는 늘 떠날 수 있는 존재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고린도전서 15장은 부활 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 장 전체에서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 모든 것은 다 썩을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혈과 육에 관한 것에 관심을 집착하고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된다는 겁니다. 이 땅에서 잡으려 노력하는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질 것이며 언젠가 다 두고 가야 하는 것인데 거기에 사로잡히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런 시각은 결코 허무주의가 아닙니다. 오히려 ‘영원에 대한 지각’이 확실하기에 주어지는 지혜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두 발을 이 땅에 붙이고 살지만, 그 시야는 늘 하늘에 두고 살아야 합니다. 그럴 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정말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됩니다. 하나님은 새해의 시간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영원의 시야가 열려서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사용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이 땅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오늘 말씀은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에서 주의 일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 생활’을 잘 하라는 권면일까요? 물론 교회 생활을 잘해야 하지만 주의 일을 우리가 속한 교회 안에 한정 짓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이 말의 의미를 ‘신앙생활’에 더 힘쓰라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교회 생활은 그리스도인의 소극적인 활동 영역입니다. 교회 출석, 예배 생활, 헌금과 봉사 등을 아우르겠지요. 하지만, 신앙생활은 더 광범위한 범위를 의미합니다. 교회생활을 포함해 가정생활, 작장생활, 교우관계 등 일상의 모든 영역을 포함합니다. 교회에서 들은 복음, 그리스도인 삶의 자세가 우리의 모든 일상에 영향을 미쳐서 일어나는 결과들을 신앙생활로 정의합니다. 나의 삶 속에 예수께서 주인이 되셨으면 옛사람은 점점 힘을 잃고 주 안에서 새 사람이 되어 가게 됩니다.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삶’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새 해가 되면 교우들에게 신년 가정 예배서, 성경 통독표, 성구 카드와 함께 노트 한 권씩을 선물로 드립니다. 매일 영성노트라는 이름붙인 작은 책자인데, 매일 나에게 주신 말씀 한 구절, 기도 제목 하나, 감사의 제목 하나씩을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루 십분 만 투자하면 됩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이 노트를 활용한 분들의 간증을 종종 들었습니다. 묶였던 문제가 해결되고, 영성이 성장하며, 감사가 정착된 이야기가 자주 들렸습니다. 교회에서 사람의 인정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람의 인정만도 아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인정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크게 도전받았습니다. 우리 모두 새해에는 교회 생활은 물론 신앙생활에서 크게 인정받기 바랍니다.

그런 삶의 결과는 무엇으로 드러납니까? 바로 하나님 앞에 상을 받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 안다’고 바울 사도는 이야기합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이 땅에서 행한 모든 일을 기억하십니다. 그에 따라 상주시기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하늘에서 우리의 ‘처소’만 예비하시는 것이 아니라 ‘상’도 준비하고 계시는 줄 믿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보다 하나님 나라를 더 기대합니다. 하늘나라를 소망하기 때문에 하나님이 이 땅에서 주신 시간을 더 소중히 여깁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이 하나님께 기억되고 상급으로 쌓이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작된 새해, 하나님 말씀을 붙들고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꾸어 크게 결실하는 삶이 다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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