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13대 총장, 명예교수

V. 구약의 계시매체(啓示媒體)

3. 제비뽑기

고대 히브리 제사장의 옷인 에봇(ephod)도 신탁(神託)에 사용되었다. 이는 우림(Urim)과 둠밈(Thummim)이라는 두 종류의 제비가 붙어 있어서 신탁 기구로 사용한 것 같다. 다윗은 야웨의 응답을 묻기 위해 제사장 아비아달의 에봇을 가져오게 하여 사용했다(삼상 30:7). 아간의 죄를 밝힐 때도(수 7:16), 요나의 죄를 심판하여 바다에 던질 때도, 사울이 왕으로 선택될 때도 제비뽑기를 가지고 했다.(삼상 10:26f)

4. 예언자

구약에서 우리는 예언자들로부터 가장 권위 있는 계시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예언자들의 언어, 기록, 상징적 행동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계시를 알 수 있다. 이 예언자들을 통한 계시의 문제는 왕국시대의 종교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그 외에 하나님은 당나귀를 통해 말하게 하기도 하고, 자연 환경이나 사회, 국가 형편에 의해서도 자신의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은 예언자들의 예언적 자각과 통찰에 의해서 해석 되어질 때 가능한 것이다.

하나님은 온 우주와 인간의 역사에 시작을 일으키시고, 그 구조와 의미와 방향을 지시하는 총괄적인 행위를 하신다. 이런 전체적인 과정 속에서 하나님이 하시는 모든 일을 계시라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하나님의 현현(Theopany)은 하나님의 나타나심(An appearance of God)을 의미하는 계시적 하나님의 행위를 뜻한다고 보겠다. 그러나 여기서는 구약성서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의 구체적은 모습과 방법 몇 가지를 제한하여 논해 왔다. 즉, 형상으로 나타나시는 하나님으로 인간 형태, 사자, 천사의 모습, 초자연적 권능과 위엄, 그리고 자연적 현상을 동반한 모습 등을 하나님 현현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하나님 현현에 특별하게 취급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하나님의 이름 계시로, 하나님은 자신의 이름을 통하여 인간과 더불어 거하시며, 인간은 하나님의 이름을 통하여 하나님의 속성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름이란 상대방을 알 수 있는 수단과 매체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자신의 이름을 계시하신 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 이름으로 자신에게 접근하도록 하여 상호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야웨와 그의 천사 사이에 분명한 구별을 할 수 없는 전승들이 많다는 것이다(창 22:11, 31:11ff, 삿 6:17, 출 3:2ff), 즉, 이 전승들은 야웨의 천사를 한 사자로뿐 아니라 야웨 자신의 현현 양식으로 간주한다. 야웨의 천사는 인간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야웨 자신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계시가 현현의 방법을 사용하여 나타난다면, 하나님의 현현의 최대 절정은 바로 베들레헴의 한 말구유에 한 아기로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즉 성육신의 사건이며, 구약의 하나님 현현(Theophany)은 그리스도의 성육을 암시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구약성서의 계시 사건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과 의미를 볼 수 있고, 그리스도의 사건을 통해 구약 성서의 하나님 현현과 오늘 여기의 우리에게 하나님 사건, 그리고 우리 사건을 연결하는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구약 성서의 하나님 현현이 점진적 계시의 한 단계라고 하더라도 오늘의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고,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 자신을 알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제3장 이스라엘 종교의 신학적 배경

일반적으로 종교는 신화(신학), 제사의식(예배), 윤리(도덕)로 형성된다고 본다.

첫째로, 신화 (Math): 신학(Theology)은 종교의 이론적 영역인 종교적 형이상학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이 이론적 영역은 신화의 철학(philosophy of myth)과 계시의 철학(philosophy of revelation)으로 구분된다. 계시는 종교의 대상이 종교적인 신앙에 이론적으로 주어진 형식이라면, 신화는 계시의 내용을 표현하는 형식이라고 폴 틸리히는 말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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