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천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예수말씀연구소 소장)

Q 10 : 13 너에게 화(禍)가 있을 것이다. 고라신아! 너에게 화가 있을 것이다. 벳새다야! 너 희에게 행해진 능력들이 두로 와 시돈에서 행해졌더라면, 그들이 벌써 베옷을 입고 재를 뒤 집어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너에게 화(禍)가 있을 것이다. 고라신아! 너에게 화가 있을 것이다. 벳새다야! 너희에게 행해진 능력들이 두로 와 시돈에서 행해졌더라면, 그들이 벌써 베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라고 책망하신 갈릴리 3개의 고을들, 즉 고라신과 벳새다(누가복음 10 : 13) 그리고 가버나움(10 : 15)은 이방지역에 있었던 고을들, 즉 소돔(10 : 12)과 두로 그리고 시돈(10 : 13)에 비교되고 있다.

이것은 종말론적인 차원에서 이스라엘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줌으로써, 유대인들로 하여금 회개하고 돌아와 예수님을 영접하도록 하려는(10 : 16) 수사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예수님은 “두로 와 시돈이 심판 때에 너희보다 잘 견디게 될 것이다”고 말씀하심은 두로 와 시돈이 페니키아 지역 해안가에 위치한 마을들로서, 예수님의 활동영역이 이방인의 지역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을 확인 시켜주고 있다.

예수님의 말씀에 복과 저주의 두 가지 유형이 있다면, 본문은 저주의 말씀이다. 복과 저주는 신명기의 가장 대표적인 말씀이다. 그러므로 본문은 신명기의 저주 말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신명기 11장이 복과 저주를 동시에 말하고 있다면, 신명기 28장은 복보다는 저주를 더 많이 말하고 있다. 이 점에서 예수님은 이방인들에게 저주를 주로 언급하는 신명기 28장에서 영향을 많이 주고 있다고 본다.

특히 21절은 가나안 땅에서 멸망을 당하고, 43절은 유대인과 함께 사는 이방인이 다스릴 것이며, 44절은 이방인이 머리가 되고 유대인은 꼬리가 되고, 49절은 땅 끝에서 언어를 알지 못하는 민족이 일어나고, 64절은 유대인이 만민 중에 흩어지고, 65절은 열국 중에서 유대인이 평안함을 얻지 못하며 발바닥을 쉴 곳도 얻지 못한다고 했다.

저주의 말씀이 고라신에게 임한 것인가? 고고학적으로 발굴된 회당에서 ‘모세의 자리’가 있는데, 특이하게도 출입문 옆에서 앞을 바라보고 있다. 성지순례를 하다가 모처럼 딱 한자리가 운 좋게도 비어서 때마침 지친 순례 객 하나가 슬그머니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때가이드는 “예수님께서 바리새인과 서기관을 향하여 ‘모세의 자리’(마태복음 12 : 2)에 앉지 말라고 하신 곳이다” 고 말리면, 다들 폭소를 터뜨리면서 저마다 그 자리에 앉아서 사진을 찍는다. 앉아서는 안 되고 비어두어야 하는 상징적인 자리이지만 성지순례를 왔으니 모두 즐겁게 추억을 사진으로 담는다.

(예루살렘 박물관에 보존된 모세의 자리)

몇 년 후에 고라신을 다시 갔다. 회당 출입구에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모세의 자리가

마침 갈릴리에 비로 인해 물에 적셔 아무도 앉지 않았다. 벳새다는 아직 고고학적으로 발굴되지 않은 유적지라 일부러 가볼 이유가 없지만, 2019년 7월에 서기725년경으로 추정되는 비잔틴 시대의 십자가 돌 판이 발견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벳새다 들녘은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풀면서 자신이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가져온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처음보인 그야말로 놀라운 축복의 장소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본문처럼 예수님의 저주말씀 때문인지는 몰라도, 예수님의 말씀의 전승궤도에서 정처 없이 이탈한 고라신과 벳새다는 마침내 모두 폐허로 변고 말았다.

예수님의 토라는 “너희에게 행해진 능력들이 두로 와 시돈에서 행해졌더라면, 그들이 벌써 베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라고 선언한다. 예수님께서 가버나움에 이사하여 살면서 자주 방문하여 공생애 동안에 하나님 나라의 비유로 들은 고라신과 벳새다는 친히 예수의 능력을 맛본 고을임에도 불구하고, 멸망한 이유가 무엇일까? 회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공생애가 전개된 2개의 고을로부터 먼 곳에 떨어져 있던 두로 와 시돈은 ‘벌써 베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를 한 것’이다. 이 말씀은 당시에 유행하던 표현 기법인 아이러니를 사용하신 아주 재치 있는 예수님의 말씀이다. 예수님께서 두로 와 시돈의 회개를 칭찬하신 것과 맥을 같이하여 이곳에는 일찍부터 솔로몬 성전에 백향목을 전한 전통을 이어받아 초기부터 교회가 활발하게 자리를 잡았고, 안디옥으로 향하는 복음의 길목에서 전진기지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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