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한겨레 출판)에서 일부를 옮겨봅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을 때의 일이다. 여행 마지막 날,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조금씩 용돈을 주었다. 막내가 혼자 분주하게 이리저리 기념품 가게 안을 뛰어다니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제 누이와 형에게 무언가를 부탁하고 있었다. 여자 목걸이가 맘에 드는 게 있는데, 우리 돈으로 이만 원쯤 하는 가격이라는 것이다. 마침 그때 내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역시 막내밖에 없다’고 생각하고는 아이들에게 끼어들어 “막내야, 엄마 선물 사려고 그러는구나.”했다. 막내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힘차게 고개를 저으며 약간 신경질적으로 “무슨 그런 소리를 해?”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저기 어떤 목걸이가 너무 예뻐서 자기 반에 있는 어떤 여자아이에게 꼭 선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괘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엄마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막내는 계속 제 누나에게 조르고 있었다. 

막내는 지난 겨울, 큰아이 생일을 기점으로 아주 돈독한 사이가 되었는데 큰아이 생일날 아침 봉투에는 돈 이만 원이 들어 있었고 카드에는 이런 글이 씌어 있었다. “누나, 선물을 사려고 했는데 마땅한 게 없어서 돈으로 넣었어. 여자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지, 그래도 현금이 제일이잖아.(맙소사. 막내는 생의 이 비밀을 벌써 깨달은 거였다.) 할머니가 주신 돈 내가 이불 속(!)에 몰래 모아두었는데 그 중에 제일 예쁜 지폐를 골랐으니 누나가 필요한 것 사.” 막내를 약간은 질투하던 큰 딸이 이 편지 하나로 완전히 막내에게 반해버려서 그 다음부터 막내에게 아주 너그러워지고 있었다. 

이렇게 막내에게 한없이 너그러워진 누이였지만 그게 누군데? 얼굴은 예뻐? 너희 반 아이야? 묻는 누나에게 막내는 얼굴이 빨개져서 이름을 대지 않으면 돈을 꾸어주지 않겠다는 제 형과 누나를 피해 내게로 왔다. 그러고는 이주일치 용돈을 가불해달라는 것이다. 정말 이 주일 동안 용돈 없이 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약간 두려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렇다고 했다. 잠시 후, 큰딸과 나는 막내의 손에 들린 목걸이를 바라보며 한없이 부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내가 목걸이를 그 여자애에게 건넸냐고 물었다. 네가 이 주일 동안 용돈 없이 사는 것을 감수한 것도 말했느냐는 질문도 함께. 하지만 막내의 대답은 이랬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해? 그냥 우리 누나가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아서 선물 받은 목걸이가 하도 많아서 남아돌기에 하나를 가져왔다고 그랬지.” “내가 솔직히 이 주일 용돈 없이 살기를 각오하고 이걸 사왔다고 그러면 걔가 부담스러울 거 아니야?” 엄마, 큰딸, 큰 아들은 막내의 배려 앞에 어안만 벙벙했고 약간은 감동했다.

11살짜리 어린 아이의 말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대화입니다. 어찌되었든 큰누나 생일 카드의 내용이나 여자 친구의 목걸이에 대한 이야기 속에 다른 사람을 소유하려는 욕망보다는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성도들 간의 배려와 섬김이 상대를 위한 것인지 생각을 해봅니다. 나보다는 형제와 자매들의 필요를 이해하며 대가가 아닌 넘치는 은혜를 위함이어야 하겠지만 정작 베푼 만큼의 소유를, 나눠준 만큼의 관여를, 양보한 만큼의 인정을 바라는 우리가 아닐까요? “형제를 사랑하여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며” 또한 “성도들의 쓸 것을 공급하며 손 대접하기를 힘쓰는(롬12:10, 13)” 이 말씀을 기억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주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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