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용 목사(기성 필그림교회)

무더위가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가을학기 독서 모임에서 첫 번째 발표자가 되었다. 찜통 같은 지난여름을 잘 견딘 독서모임 – 권하는 사람들 –을 격려하는 책을 권하고 싶었다. 재미있는 글을 읽을까? 감동적인 글을 읽을까? 아니면 무서운 스릴러를 읽을까? 한참을 고민하는 중에, 교보문고에서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저자는 최은영이라는 작가인데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내게 무례한 사람⌟, 장편소설 ⌜밝은 밤⌟, 짧은 소설 ⌜애쓰지 않아도⌟가 있다. 유튜브에서도 책을 소개하는 인터뷰를 통해서도 저자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문한 책이 도착하여 반가운 마음으로 책장을 열어 읽기 시작을 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하루를 견디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배움에 대한 애정을 가진 주인공이 왜 대학 강의실에서 만난 강사를 의지하고 잊지 못했는지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p.44).” 이 글을 통해서 나의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고 묵묵하게 자기의 일을 하는 그 사람은 누군가의 길을 밝혀주는 작은 등불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처음에 읽을 때는 덤덤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주인공들의 감정이 가깝게 다가왔다. 마치 내가 경험한 일들을 최 작가가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내 마음속에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지 못하였는데, 작가의 글을 통해서 내 속에 있었던 감정들을 나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읽으며 마음이 뜨거워지기도 하였고, 굳어있었던 내 얼굴에 작은 웃음이 번지기도 하였다. 어떤 자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내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인데도 그들의 아프고 슬프고 힘든 마음을 동감할 수 있게 해주었다.

주인공을 사랑한 친오빠의 죽음 앞에서 슬퍼하고 있을 때, 사람들의 진부한 이야기들은 떠난 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슬퍼하는 자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어 주지 못한다고 썼다. “민혁이 영혼을 위해서 기도할게, 민혁이가 하늘나라에서 민주를 잘 보살펴 줄 거야 (p.200).” 나는 얼마나 이와 비슷한 말들을 했던가? 이러한 말들이 슬퍼하는 가족들에게 위로가 되었을까를 돌아보았다.

최 작가의 글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읽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사람들의 감추어진 감정을 상상하는 것도 쉬지 않은데, 그 감정을 잘 표현하여 나의 마음에 잘 전달하여 주었다. 주인공들과 함께 불안해하고 걱정하게 하고 나중에는 함께 행복하게 해주었다. 이것이 최 작가의 재능인 것 같다.

괴팍하기까지 한 이모, 그러나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이모가 세상을 떠나자 주인공은 이모를 무척이나 그리워한다. 파일럿이 된 주인공은 새벽 비행을 할 때, 이모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밤하늘의 별들을 보고 하늘에 구멍을 뚫어 지상의 인간들을 바라보는 저 너머 누군가의 눈빛이라고 믿었다. … 환한 낮이 아니라 어두운 밤에만 지상에 닿는 저 너머에 눈빛이 있다는 믿음을 … (p. 265).” 괴팍하고 자기중심적인 이모였지만, 주인공을 지켜주고 자랑스러워해주는 이모였다. 그녀가 이해되지 않고 싫었던 적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이모의 따뜻한 사랑을 잊지 못하였다. 사람의 마음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고, 사람들이 가장 고마워하는 것이 또한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9월 중간을 넘어가는데 아직도 낮에는 한여름이다. 가을학기 독서모임 – 권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피곤하고 지쳤던 마음에 즐거움의 작은 빛이 비추어지기를 소망한다.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도서출판 문학동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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