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기성 임진각순례자의교회 담임)

“이편에서는 아브라함과 이삭이 오르고 저편에서는 이삭을 대신할 산양이 오르고 있습니다.”

정호승 님의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에서 한편을 소개합니다.

날개를 크게 다친 독수리 한 마라가 벼랑 위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는 몇 번이나 하늘 높이 날아오르려고 했으나 다친 날개로는 도저히 하늘 높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독수리가 하늘 높이 날 수 없다는 것은 더 이상 독수리로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거야.” 그는 날기를 포기하고 지난 날을 생각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형제들을 벼랑 아래로 떨어뜨리던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넌 위대한 독수리가 될 자격이 있다!” 형제들 가운데서 살아남자 그에게 뺨을 비비며 기뻐하던 아버지가 보고 싶었습니다. “독수리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은 죽는 방법밖에 없어!” 이렇게 생각하고 그는 벼랑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몸을 잔뜩 웅크렸습니다.

순간, 대장 독수리가 쏜살같이 하늘에서 내려와 “잠깐!”하고 소리쳤습니다. “형제여, 왜 포기하려고 하는가?” 대장 독수리가 그를 가로막고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저는 더 이상 높이 날 수가 없습니다. 독수리의 명예를 잃게 되었습니다.” 대장 독수리는 한참 동안 그를 말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를 향해 날개를 활짝 폈습니다. 그의 몸엔 여기저기 상처 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솔가지에 찢긴 자국, 다른 독수리에게 할퀸 자국 등 수많은 상흔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나를 봐라, 내 온몸도 이렇게 상처투성이잖니, 상처 없는 독수리가 어디 있겠니.”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독수리는 대장 독수리의 말에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그러자 대장 독수리가 조용히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건 겉에 드러난 상처일 뿐이다. 내 마음의 상처는 이보다 더하다. 일어나 날아보자.”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은혜로 100세에 아들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들을 번제로 드리라는 것입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은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주시는 시련입니다. 축복을 약속하실 때는 언제이고 이제와서 그러시냐고 항변할 만합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묵묵히 아들을 데리고 모리아산으로 오릅니다. 처벅처벅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갑니다. 마음에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갑니다.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 나 안 하겠습니다. 축복이고 뭐고 다 필요 없습니다. 나 그냥 아들하고 알콩달콩 살아가렵니다. 제발 우리를 가만히 두시면 않되겠습니까?” 이렇게 반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이 모리아산을 오릅니다. 그렇지만 산 반대편에서 또 하나의 하나님의 은혜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편에서는 아브라함과 이삭이 오르고 저편에서는 이삭을 대신할 산양이 오르고 있습니다. 만약 아브라함이 모리아산 정상에 오르지 않았다면, 만약 아브라함이 번제단을 쌓지 않았다면 하나님의 예비하심도 아무런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순종함으로 언약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셨고 그 아들로 인하여 민족이 만들어지리라는 언약이 있었으니 죽여도 하나님께서 살리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고난과 시련이 인생길에 펼쳐질 때 어떻게 합니까? 시련이 없고 고난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인이라면 고난 이면에 숨겨진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하나님을 의지하고 끝까지 순종하며 견디어 냄을 통해 승리하는 백성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습니까? 나에게만 주어진 고난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까? 그러나 절대로 포기치 말고 그 위기에서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께서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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