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different) 것’을 ‘틀린(wrong)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문화적 배경이나 신념 체계가 나와 다른 것을 ‘틀렸다’고 하는 건 잘못이다. 공감하지 못하더라도 ‘다를 뿐’이므로, 배제하거나 억압하지 말고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 점점 더 서로 다른 인종적·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포용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은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큼 합리적이지 않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그가 일관성을 유지하는지, 앞말과 뒷말이 다르지 않은지, 내게 적용하는 논리와 타인에게 적용하는 논리가 다르지 않은가를 보아야 한다. 자신에게 적용하는 논리와 타인에게 적용하는 논리가 다를 때 ‘내로남불이다.’ ‘겉과 속이 다르다’고 말하는데 이런 이중논리를 전혀 구사하지 않는 사람이 이 땅에 몇 사람이나 있을까? 앞뒤가 다르고 내로남불인데도 전혀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이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비판적 사고 분야의 연구자인 리처드 폴과 린다 엘더는 ‘왜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하는가?’에서 “어떤 사람들은 일단 특정 신념 체계를 형성하면 나머지 인생을 사는 동안 그것을 방어하면서 살아가기에 그들의 견해에서 발전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음의 지평이 확장되지도 않는다”고 했다. 자신의 신념 체계가 논리적으로 구성되었는가, 문제점은 없는가를 끊임없이 따져 물으면서 그러한 방어를 넘어서 마음의 지평을 넓히지 않으면 그의 인생은, 대한민국은 확증편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아직도 지난 시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과 이를 악용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지금은 50년대 건국의 시대도, 70년대 경제 발전의 시대도, 90년대 민주화 시대도 아니다. 50년대와 비슷한 위기의 지정학적 시대에 인공지능의 변화까지 덮치고, 인구노령화까지 겹쳐 변화에 대응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이라는 좁은 공간적 시각에 갇혀 생각하면 구한말 때 우리 조상들이 자행한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일본이 바닷길로 해상무역을 하면서 더 넓은 공간을 보며 우리보다 앞서 메이지 유신을 했을 때, 한반도에 시선이 머물러서 당파 싸움만 하다 나라를 잃었다. 90년대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서 가상공간으로 사고의 공간을 확장했다. 이제 총선 이후 우리가 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의사결정의 공간 크기가 한반도에 갇혔는가, 아니면 더 큰 세상을 보고 있는가를 깊이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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