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영(본지 논설위원, '속삭이는 그림들' 저자)

과문해선지 반려는 부부 사이에 쓰는 단어로만 인식되어 있었다. ‘평생의 반려자’라는 단어가 무색한 시대라 반려라는 단어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이즈음 전혀 다른 모습으로 유행하고 있다. 애완이란 단어 대신 반려가 등장한 것이다. 伴侶. 기실 짝을 나타내는 반伴도 려侶도 다 사람 人자가 옆에 당당하게 서있다. 사람끼리의 관계라는 뜻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에게 애완견 애완묘라고 한다면 감히 그런 낮은 급의 단어를 우리 애들에게? 아마 날 선 눈초리로 바라볼 사람 부지기수일 것이다. 동식물이 애완을 벗어나 인간과 동등한 위치를 점유하게 된 것이다. (그런 지극한 사랑이 가까운 사람들 특히 부모님이나 가족들에게도 동량으로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 즉 인간 모두가 귀한 영혼을 소유한 그래서 인간은 동급이라고 그 어디에도 위아래가 없다 선언하신 분은 예수님이시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는 학습해 왔으며 타인에 대한 동등한 시선을 견지하려고 노력해 왔다. 인간 사이의 서열이 사라지고 재정비되어 이제 좀 공평한 삶을 사는가 싶었는데 인간 사이에 동물이 들어왔다. 인간이 동물의 엄마 아빠가 되고 형과 누나가 되었다. 동물과 식물이(사실 식물은 고요하다) 그리고 파충류와 무생물조차 인간은 우리 모두를 인간과 동급으로 여기라! 종주먹을 들이댄다. 물론 그들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어쩌면 사랑의 총량(가족의 모든 사랑)으로 본다면 반려견이나 반려묘는 가정의 총통일 수도 있다. 그들의 <반려들>에게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를 했다가는 무식한, 시대를 모르는, 자연을 모르는 험한 인간이 된다.

경의선은 옛날 철길이라 철길 옆으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폭이 넓지는 않지만, 나무가 풍성해서 즐겨 걷는 산책로다. 처음에 길 한쪽을 막아 작은 동물 공원을 만들더니 조금 뒤에는 커다란 동물이 들어설 수 있는 공원을 만들고 결국 어질리티 1개소와 함께 동물교감 치유센터를 건립했다. 이름하야 반려동물 복합문화공간. 이를 위해 고양시는 조례까지 개정했다고 한다.

최근 참 무시무시한 이야기 말을 하나를 전해 들었다. 내게 그 이야기를 전해준 분은 뭐랄까, 아주 맛있게 하는 분이었다. 그러니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사람이 뱀을 반려동물로 키우고 있었대. 보통 반려견이나 반려묘처럼 같이 침대에서 자고 소통하며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는 거야. 그런데 어느 날부턴지 뱀이 갑자기 식사를 하지 않더래, 걱정되어서 동물병원을 갔다는 거야. 의사가 진찰해본 후에 조심스럽게 말하더래. 뱀이 배를 비우는 것 같다고, 당신을 먹이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마요, 우리는 정말 아주 오랜 시간 같이 살아왔고 교감하며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는걸요. 안 듣는니만 못하지, 아무래도 뱀주인 마음에 두려움이 생겼는지 그날 밤 자기 대신 마네킹을 침대에 눕혔대. 어찌 되었을까? 뱀이 마네킹을 칭칭 감더니 우두둑 부러뜨리더라는 거야. 만약에 자기 자신이 있었다면 그 마네킹 신세가 되었겠지.”

팩트일까? 아닐까, 생각도 잠시 했지만 소통에 대한 역설로 이만한 이야기가 또 있을까, 눈을 마주치고 교감하며 한 침대에서 생활하며 뱀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여겼지만, 그 사랑의 방법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어쩌면 뱀은 자신에게 아주 잘해주는 친근한 이 여자가 먹이로 느껴질 때부터 뱀의 진짜 사랑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공존은 참 아름다운 단어이다. 하지만 공존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거리>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사람 사이에서도 철칙이거늘 하물며 뱀과의 공존이랴.

만물이 본연의 가치를 갖는다는 생태 평등주의를 지나 심층 생태학에 들어서면 인간은 자연의 기생충이 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살짝 문장 변환을 한다면, 복을 받으려면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오히려 다스림을 받는 새로운 인간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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