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표 목사(군산중동교회)

고군산의 여러 섬들이 추명순 전도사의 복음전도의 대상지였다. 그 어려운 시기에도 각 섬마다 교회가 설립되었는데, 1958년에 선유도교회, 1959년에 신시도교회와 말도교회, 1963년에 야미도교회가 설립되었다. 50년대말과 60년대 초는 온 나라가 전쟁 후에 어렵게 살던 때라 섬은 생활환경이 더 열악했다. 교회가 문을 열고 예배를 드리다가도 목회자가 떠나고 나면 예배를 지속해서 드릴 수 없는 날들이 많았다. 간혹 신앙이 자란 평신도가 예배를 인도하기도 했지만 목회자가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교회 문을 닫는 일들이 생기게 되었다. 실제로 무녀도의 고군산중앙교회와 관리도교회, 방축도교회는 70년대 후반에 재개척된 교회들이다. 말도교회를 제외하고 그 외의 섬 교회들이 목회자 없이 성도들끼리 모여 예배를 드리던 시기가 다 있었다. 목회자가 떠나고 없는 섬 교회가 엄마 잃은 아이 마냥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 추명순 전도사는 말도에서 고군산의 여러 섬 교회들을 수시로 순회하며 금식하고 기도하며 섬 교회들을 지켜냈다. 고군산의 교회들은 추명순 전도사에게 갚을 길 없는 사랑의 빚을 지고 있다.

관습과 무속신앙에 사로잡혀 있었고, 교통편도 열악한 고군산의 교회들이 오늘날까지 그 생명을 이어오는 데는 추명순 전도사의 기도와 헌신을 빼놓을 수 없다. 중동교회의 김용은 목사께서 고군산의 교회들의 문을 열어주셨다면 추명순 전도사는 그 교회들이 생명을 이어가도록 기도해 주었고 필요할 때 찾아와서 아프고 병든 사람들을 돌아보아 주었고 목회자가 없는 빈 강단을 눈물로 지켜냈다.

최승관 목사의 설교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군산 앞바다에 가면 무녀도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 섬의 모습은 무녀가 춤을 추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무속신앙이 판을 치는 섬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추명순이라는 여전도사님이 혼자 들어가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무녀들의 온갖 핍박과 위협을 받으면서 기도로 모든 것들을 극복하고 무녀도에 교회를 세우는 일에 성공했습니다. 무녀도에 교회가 생기니까, 무녀들이 춤을 못 춥니다.”

2) 낙도(落島)에서 낙도(樂渡)를 살다

추명순 전도사에게 말도는 세상의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이 시작되는 곳이었고, 물에서 제일 먼 낙도가 아니라 하나님과 가장 가까운 낙원이었으며, 세상으로부터 잊혀진 곳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선이 고정된 사역의 장이었다. 정화수 떠 놓고 빌던 마당에서 꿈에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를 타고 천국을 경험한 추명순 전도사는 말도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하는 땅에서도 하늘을 사는 분이었다. 오늘도 세상의 끝, 말도에는 김상남 목사와 말도교회 성도들이 그분의 발자취를 따르며 말도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기도로 바닷길을 열다

추명순 전도사의 후임으로 말도교회에서 7년을 목회했던 이덕성 목사가(현 덕양교회 담임목사)에 의하면, 그분은 새벽예배 후 앉아 기도하기 시작하면 언제나 몇 시간씩 기도했다고 한다. 한겨울, 바닷바람이 예배당 안으로 매섭게 들이쳐도 불기운 하나 없는 예배당 찬마루 바닥에 엎드린 추명순 전도사의 기도는 몇 시간씩 계속되었다.

추명순 전도사는 예배당에서 뿐 아니라 각 섬마다 기도 처소를 만들고 그곳에서 기도의 무릎을 꿇었다. 말도에도 하나님이 주신 기도 처소가 있었다. 어느 날은 추명순 전도사가 이덕성 목사에게 하나님이 주신 기도처로 가자고 하셔서 따라나섰다고 했다. 교회에서 작은 산 하나를 넘으면 바다와 불과 30여 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그분의 기도처가 있었다. 그곳은 바위가 묘하게 안으로 패여 있고, 두 명 정도 들어가 앉아 있기에 넉넉한 곳이었다. 그곳에 들어가 앉으면 망망대해가 눈 앞에 펼쳐지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태양 빛을 넉넉히 가려주고 비까지 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덕성 목사에 의하면 추명순 전도사가 일과처럼 바위에 앉아 섬사람들의 영혼과 고군산의 교회들을 위하여 기도할 때 햇볕이 유난히 뜨거워 햇빛을 가려줄 기도 처소를 구했었는데 하나님이 그때 주신 장소라고 했다. 그분은 말도뿐 아니라 고군산의 모든 섬에 기도 처소를 만들었는데, 틈틈이 각 섬의 기도를 찾아가 기도의 무릎을 꿇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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