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3. 하나님 나라와 중요한 신학적 주제들

2) 사탄

입교 절차에서 대전환이 일어나는 시점은 후보자가 “나는 사탄과 그의 모든 천사, 그의 모든 일, 그의 모든 의식(service), 그의 모든 속임수, 그의 모든 세상적 매력을 버린다.”고 외친 뒤 하나님과 계약을 맺는 때다. 이것은 회개(μετάνοια)의 극적인 표현이다. 사탄 거부가 입교절차의 핵심적인 한 축인 만큼 테오도로스는 사탄에 관한 가르침을 비중 있게 다룬다. 사탄은 하나님의 통치권과 영광과 명예를 앗아가려 하는 반역자다. 그뿐만 아니라 온갖 술책으로 인간을 하나님에게서 갈라놓고자 한다.

사탄은 자신에게 복종시킨 자들을 죄악의 수단으로 삼아 일한다. 이들은 “사탄의 천사”로서 “사람을 미혹하고 타락하게 할 목적으로 사탄의 뜻을 섬기는 모든 자”다. 테오도로스는 특히 당시 경험하는 바를 예시한다. 사탄의 천사는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이교도 가운데 파멸적인 교리를 세우고, 참된 종교를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그들을 타락시켰다. 또한 사탄의 천사는 주님의 초림 후 나타난 이단의 우두머리다. 율법이 폐지된 후 그리스도를 믿은 자를 유대교의 관습으로 이끌고자 하는 자도 사탄의 천사다. 그리고 하나님의 계명에 반하는 훈계를 주고, 인류를 악을 섬기는 데로 인도하는자 역시 사탄의 천사다. 사탄과 연계된 것으로는 “그의 모든 의식”도 있다. 여기에는 사탄의 뜻을 따르는 자들과 그들이 가르침의 명분으로 행한 모든 것이 포함된다. 제사와 우상 숭배 및 고대 관습에 따라 행하는 것등, 이교와 관련된 모든 것도 해당한다. 점성술이나 이와 유사한 행위, 유대교의 관습에 빠지는 것도 있다. 사탄에 대한 거부는 “그의 모든 속임수”에 대한 거부도 의미한다. 또한 사탄은 “그의 모든 세상적 매력”을 통해서도 활동한다. 여기에는 “연극, 서커스, 경마장, 경기자들의 시합, 불경한 노래, 물오르간과 춤” 등이 속한다. 사탄은 이것을 “오락이라는 구실로 이 세상에 소개했고, 이를 통해 인간의 영혼을 멸망으로 이끈다.”

3) 인간

하나님은 흙으로 사람을 창조하면서 하나님의 형상이라 불리는 명예를 안겨주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인간은 태초에 창조주 하나님께 속한 존재였다. 하지만 사탄의 사악함과 인간의 부주의로 사탄을 추종하게 되었고,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명예와 위대함을 상실했다. 이 죄로 인간은 “그가 온 흙으로 되돌아가는 처벌”을 받았다. 즉, “이 죄로부터 죽음이 들어왔다.” 이후 사탄은 인간을 더 강력히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인간의 본성을 약화하고 많은 죄를 저지르게 하면서 죽음이 죄를 강화했고, 이 둘은 나란히 증폭했다. 심지어 죄를 억제하기 위해 하나님이 준 계명조차 죄를 심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도 인간이 오랜 세월 사탄의 노예로 살다 보니 끔찍한 죄의 행위가 오히려 인간에게 달콤하고 기쁨을 주는 것이 되었고, 이런 행위로 인간은 자신을 억압하는 사탄의 권세를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 자유 의지로 죄를 짓지만, 아담의 후예는 모두 아담의 전철을 밟고 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했고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필멸하고 변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처지에서 인간은 악의 힘을 정복하고 통제할 능력이 없다. 새 창조만이 죄와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바로 이를 위해 세례를 받는다. 사탄과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버린다는 약속과 함께 세례에서 인간은 상징적으로 두 번째 탄생, 두 번째 창조를 경험한다. 하나님은 인간을 사탄의 노예 신분에서 해방하고, 부활과 함께 실제로 불멸하고 불변하는 존재로 만들고, “낮고 하찮은 것들로부터 높고 위대한 것들로 옮겨”놓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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