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증도에는 육지와 주변의 섬 들을 드나드는데 나룻배를 이용할 수 있는 ‘광암나루’ 항구가 있다. 조선시대 지도군의 초대 군수인 오횡묵이 1897년에 기록한 순행기 ‘심진록(尋眞錄)’에서 광진포라 기록되었다. 이 지역 사람들의 교통수단으로 유일하게 육지와 섬을 나룻배가 왕래하는 관문으로서 선착장 포구이다. 문준경 전도사가 나룻배를 타고 사옥도와 임자도를 다니던 노두 길이 있었던 자리에 지금은 거대한 증도대교가 건설되어 이 지역의 트로이의 목마처럼 위풍당당하게 세워져 있다.

지금은 그 바닷가 포구에서 나룻배를 타지 않고도 바다 건너 섬 언덕에서 문준경 전도사가 부르던 허사 가의 우렁찬 찬송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 바닷가를 물끄러미 바라볼 때마다 파도와 물때가 묻어있는 노두 길이 더 이상 섬사람의 발길이 없어지더니, 이제는 해초 향이 상큼한 바다의 갯바람에 반가울 뿐 문준경 전도사는 만날 수가 없다. 바닷물이 늦게까지 들어올 때 가장 높은 갯벌 위로 독 자갈을 깔아놓아 섬사람들이 걸어다니던 노두 길은 그때나 지금이나 구불구불 일 부러져 있다.

이제는 사공도 나룻배도 사라졌지만 수백년이 지난 노두 길은 뜻밖에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여기 노두 길에서 치마폭을 걷어잡고 미끄러질까 조심하면서 투박한 뱃사공의 손을 잡고 나룻배에 올라 예수 복음을 전도하던 가냘픈 여인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문준경 전도사의 모습을 오래도록 보존해야 할 전설이 있는 노두 길인 것이다. 곱게 쪽진 머리와, 무명배 저고리에 검정색 치마를 차려입고, 성경 책가방 옆구리에 메고, 전도 부인으로서 섬사람의 영혼을 사랑하여 곳곳을 방문하던 문준경 전도사님! 지금도 노두길 언덕은 하루에 2번씩 물에 잠기고 있습니다. 그립습니다.

또 하나의 선착장인 버지선착장이 증도의 관문이었다. 한때는 어민들로 붐비던 버지선착장은 지금은 병풍도 철부선이 가끔 입항하고 있으나 오고 가는 사람들이 없어 포구로서도 쇠락하고 있다. 파도 물결에 의해 포구는 자꾸만 무너지고 있다. 그 옛날에는 수많은 소금 운반선 배들이 드나들었으나, 포구는 이제 인적이 뚝 끊어지고, 소금 배가 드나들던 뱃길의 웅덩이도 모두 메꾸어져 버려 옛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문준경 전도사가 서울의 경성 성서학원에 적을 두고 신안 앞 바다 섬 지역을 오고 가며 교회를 개척하던 버지선착장을 상상해보니, 겨울이면 북풍 눈보라 치는 바다의 매서운 칼바람이 무섭다고 안 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때 그곳 어디에서 그 매서운 눈보라 강풍을 피하면서 유일했던 교통수단으로 기선(機船)의 뱃고동 소리를 들으며 자기를 기다리는 섬 주민들을 찾아가는, 참으로 굴곡진 인생 삶을 자원하여 살았던 문준경 전도사를 기려본다. 무엇이 신앙인가?

버지선착장과 문준경 전도사는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중동리 교회를 건축할 때 모든 건축자재를 목포에서 섬으로 들여왔다. 버지선착장을 하루에 두세 번씩 드나들었고, 교회를 경방단에 빼앗겨서 목포법원에 재소하여 되찾았을 때도 이 버지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드나들었다. 6.25사변 당시 내무서원에 붙들려가서 목포로 압송을 당할 때도, 목포에서 풀려나서 증도에 되돌아올 때도, 목포에서 북교동교회 이성봉 목사가 섬에 들어가면 죽기 때문에 안 된다고 강력히 만류했음에도 교회를 지켜야 한다며 뿌리치고 돌아올 때 입항한 곳도 버지선착장이었다.

공산당들에게 인생의 마지막이 될 것을 알고나 있었을까? 지금은 중동리 교회를 지나 엘도라도 입구까지 약 6.8 킬로미터가 이 섬의 한복판을 지나는 중심도로가 되었고, 신안군에서 문준경 길로 명명하였다는 것을 알고 나 계실까.? 문준경 전도사가 일제 강점기에서도 신사참배를 결사반대했고, 진흙탕 묻은 발로 교회 마루를 짓밟아 버리는 공산당들에게도 예수 복음으로 승리했던 그의 용기를 본받고 싶다. 그가 죽음을 피할 수 있었지만, 예수님의 정신으로 고향에 있는 교인들의 안위와 교회를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목숨을 던져 순교하여 우리의 본보기 신앙을 남겨주고 가셨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