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으로 인한 절망과 좌절은 내 마음을 온통 어두움에 사로잡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 나는 전혀 소망이 없었다. 꿈도 없었다. 어떤 때는 엄마를 삼킨 바다를 바라보면서 뛰어 들어가 죽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내 삶의 모든 환경들이 절망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내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둔 뒤에야 엄마 생각에 대한 한을 조금이나마 삭힐 수가 있었다. 결혼 전엔 쓸쓸하고 허전하고 안정이 되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더욱 우울했다.

내 새어머니

엄마가 꽃다운 나이에 떠나신 후, 아버지는 다시 결혼을 하셨고 새어머니가 오셨다. 그리고 3남 2녀를 낳으셨다. 나는 새어머니를 존경하고 최선을 다하여 잘 섬겼다. 예수님이 내 마음 속에 계셨기 때문이다. 나의 자녀들에게도 새엄마라고 알리지 않았다. 한국에서 목회할 때 명절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어머니를 찾아뵙고 어머니 옆에서 잠을 잤다. 할머니가 아빠의 새엄마라는 사실을 아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했다. 어린 아이들이기에 솔직한 질문을 한다. “왜 할머니와 아빠의 얼굴이 달라?” 나는 “다를 수도 있는 거야” 라고 답해주었다. 내가 예수님을 알고 목사가 되었기에 새 어머니도 내 어머니로 공경하여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아내도 같은 마음이었다. 나를 낳으신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여 섬겼다. 그래서 어머니는 배 아파 낳으신 자식들보다 나와 아내를 더 좋아하셨다. 2014년 3

월 16일, 텍사스 G3교회 창립 16주년에 담임목사인 나는 명예 신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이날 어머니가 낳으신 동생도 나와 함께 장로 장립을 받는다. 이 얼마나 하나님의 축복이며 감사할 일인가. 어머니는 가난한 어부이신 아버님을 만나 3남 2녀를 낳고 키우시며 온갖 고생을 하셨다. 그러나 더욱 더 감사한 것은 어머니가 예수님을 영접하시고 신앙생활을 잘 하시다가 집사님이 되어 천국에 가신 것이다.

내 아버지

아버지는 너무 가난한 어부이셨기 때문에 나는 자라면서 아버지로부터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미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시 섬의 어부들의 형편이 다 가난하고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아버지는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고기잡이배를 타시다가 파도에 떠밀려 바다에서 돌아가셨다. 내가 군 복무 중에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듣고 섬에 갔을 때,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힌 상태였다. 일제시대에

교육을 받은 아버지는 동력선의 기관사로 일하셨다. 나중에는 평범한 어부로 배를 타셨다. 문맹률이 높았던 당시 섬마을의 이장 일을 보시기도 했다. 그런 아버지는 국민학교에서 좋은 성적으로 항상 선생님들의 칭찬을 받았던 두 아들을 더 많이 교육시키지 못해 마음 아파하셨다.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 형과 나는 한 번도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탓한 적이 없다. 가난해서 못 가르치시는 아버지의 심정은 얼마나 더 아프셨을까? 나는 육신적으론 불행하다. 엄마와 아버지 모두 바다에서 돌아가셨다. 이런 불행한 내가 예수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야베스의 축복을 따라서

내 인생을 비춰볼 때, 야베스의 삶이 나와 가장 친근하게 느껴진다. 야베스는 그 이름부터 ‘고통스럽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야베스는 하나님을 만나 기도하여 천한 인생을 축복으로 역전시켰다.

‘야베스는 그의 형제보다 귀중한 자라 그의 어머니가 이름하여 이르되 야베스라 하였으니 이는 내가 수고로이 낳았다 함이었더라 야베스가 이스라엘 하나님께 아뢰어 이르되 주께서 내게 복을 주시려거든 나의 지역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내게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하였더니 하나님이 그가 구하는 것을 허락하셨더라’ (역대상 4:9-10)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하고 비천했던 나를 택하여 축복하시고 들어 쓰신 주체할 수 없는 하나님 은혜와 축복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야베스와 동질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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