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밖에는, 반으로 잘린 산소통이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이 산소통은 예배 시간을 알리는 종이었다. 당시에는 시계가 없었으므로 할머니 여전도사님이 저녁이나 새벽에 적당히 산소통의 종을 울리셨다. 나무 몽둥이로 산소통을 때리면 “땅 땅 땅” 하고 소리가 났다. 어린 나는 할머니 전도사님이 종을 두드리는 것을 볼 때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다. 주님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내가 종을 치겠다고 했다. 할머니 여전도사님은 어린 네가 나무 몽둥이로 산소통을 때리기는 힘에 부칠 텐데 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셨다. “네 할 수 있습니다. 어리지만 나도 할머니 전도사님처럼 종을 칠 수 있습니다.” 나는 할머니 전도사님의 허락을 받고 산소통을 쳤다. 나무 몽둥이로 산소통을 때리며 매일 새벽기도회와 다른 예배시간을 알렸다. 두터운 산소통을 때리다 보면 나무 몽둥이는 얼마 못가 부서지고 말았다. 그런데 새벽에 산소통을 때리다 보면 “땅땅, 땅땅”소리가 내 귀엔 “천당, 천당”으로 들렸다. 그렇게 예배시간을 알렸다. 예배를 다 드리고 나면 예배당을 밝힌 호야등은 기름이 다 떨어지고 유리는 꺼멓게 그을어 닦아주고 기름을 다시 채워 다음 예배 시간 때에 불을 환하게 밝히도록 했다. 나는 고향을 떠나는 날 까지 산소통을 때리며 호야등을 닦고 기름을 채우며 기쁨으로 봉사했다. 예수님을 만난 내 마음은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교회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한밤중에 직접 본 불같은 성령님의 역사

나는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로 뜨거웠다. 예수님을 위해 무엇인가 드리고 싶고 봉사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어린 소년이었던 데다 가난한 어부의 아들이었기에 아무 것도 예수님께 드릴 수가 없었다. 헌금바구니를 바라볼 때는 내 몸뚱이라도 뛰어 들어가 예수님께 드리고 싶은 불같은 마음이었다. 십일조 헌금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 알았을 때는 너무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조그마한 통에 ‘십일조 헌금’이라고 붙이고 돈을 모아보려고 했지만 한 번도 드리지 못했다. 가난하고 배고픈 섬 소년에게는 돈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녁에 교회에 가서 기도는 하고 싶은데 한밤중 불빛 없고 인적도 없는 깜깜한 소금창고 교회가 내게는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해가 떨어지기 전에 창고교회에 들어갔다. 베니어판으로 만든 작은 강대상 안쪽에 몸을 웅크려 무릎을 꿇으면 작은 내 몸이 그 안에 딱 맞았다. 그 때부터 무릎으로 기도하다 보면 시간 가는 것도, 밤이 깊어지는 것도 몰랐기에 무섭지 않았다. 어린 내 마음에 으스스 하고 적막하며 허름한 창고는, 교회라는 이름만 없으면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때로는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교회 안에 들어가면 무서운 마음에 얼른 사람들이 허름하게 대충 만든 아주 작은 강대상 안으로 들어가 눈을 딱 감았다. 그래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무서움이 덜했기 때문이다. 눈을 꼭 감고 기도하면 그 후엔 깜깜한 밤이지만 덜 무서웠다. 섬을 떠나서 뭍으로 나가는 날까지 기도는 매일 밤 계속 되었다. 다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비비면서 무릎을 풀지 않았다. 어렸기에 무릎을 꿇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다. 기도하고 나올 때는 깜깜한 밤이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예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확신과 평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예수님이 나의 갈 길을 인도하시며 꼭 목사님이 되게 하실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깜깜한 밤에 강대상 속에서 웅크린 채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그런데 눈을 꼭 감고 기도하던 내 앞에 갑작스레 크고 둥그런 불덩어리가 나타났다. 그 둥그런 불덩어리 전체에서는 불꽃이 사방으로 “팍 팍” 튀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불덩이 해가 불을 뿜어내는 현상이었다. 그 불덩어리는 내게로 다가 왔다. 당시에는 너무 어렸으며 말씀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예수님이 내 속에 오셨다는 기쁨뿐이었기에 그 엄청난 불덩어리 환상이 무엇인지 몰랐다. 나중에야 그 불덩어리가 초대교회에 불같이 임하신 성령님의 역사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 딱 한번 그런 엄청난 환상을 본 이후로 다시 보지 못했다. 마치 사도행전 2장에 나타난 오순절 마가 다락방에 임하신 성령의 불같은 역사를 체험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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