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궁 목사(D.Min., 많은샘교회 담임, 미국 루터신대(LTSP) 졸업)

아일랜드의 선교사 콜롬바누스가 서유럽의 농촌지역을 기독교로 개종시켰을 때입니다. 그는 토착 신앙에서 나타난 축제나 성소(聖所)들을 새로운 명칭으로 변경하여 인정합니다. 그래서 그때까지 있던 신화와 전설을 기독교화합니다. 예를 들어 물의 요정이 살고 있다고 숭배되던 샘은 마리아의 샘이나 성녀의 샘으로 이름을 바뀌는 방식으로 선교가 이루어집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신앙의 희석화 내지는 미신과 변질로만 볼까요? 그보단 토착화의 차원입니다.

또 하나 살필 것은 고해성사의 발전입니다. 고결한 신앙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앙의 내용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을 어떻게 해야 신앙으로 이끌까요? 신앙을 위한 목회적 노력은 신앙이 게르만의 문화와 접목되면서 발전합니다. 처음 기독교를 접한 게르만족들에게 신앙의 외적인 표현이 쉽게 신앙으로 인도합니다. 가시적인 의식과 행위를 교회에서 지속하여 교회를 통한 축복을 쉽게 받아드릴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단지 축복만이 아니라 종교적, 윤리적 가르침을 쉽게 전할 수 있게 됩니다. 게르만의 전통에서 대인 관계에서 변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이것을 원상태로 복구하기 위한 법적인 행위를 요구합니다. 이에 따라 신과 인간과의 관계에서도 신앙적 범죄에 대해 물질적 부채 관계로 보는 관습이 당연시됩니다. 그래서 고해성사는 쉽게 정착되고 후에 면죄부 판매라는 오류까지 이어집니다.

원래 고해성사는 동방교회에서 대 바실리오(Basilius)에 의해 헬라 수도원에 도입되었다가, 6~7세기 아일랜드 수도원에 전해집니다. 그곳에서 참회 의식에 참회 세율표(tariff)와 개인 고백으로 구성된 새로운 것이 고안됩니다. 아일랜드의 수도사들은 극단적인 금욕생활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오랜 침묵과 금식, 얼음 물 속에서 몇 시간 동안 기도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작은 잘못도 철저히 회개하며,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상급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전통을 가집니다. 이에 따라 그들의 고백제도는 4단계로 구분됩니다. 첫째 단계는 ‘우는 자’(the weepers)로 예배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 밖에서 울면서 예배를 드리는 참회의 단계입니다. 둘째, ‘듣는 자’(the hearer)로 울지 않고 문 밖에서 그냥 설교를 듣는 단계입니다. 셋째 ‘꿇은 자’(the kneelers)는 예배를 꿇어앉아서 드리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선 자’(the standers)는 서서 예배를 드리는 단계입니다. 이들 단계를 거친 자는 공적으로 고백과 목사의 안수, 기도, 회중과의 입맞춤, 그리고 성찬 참여를 거치며 용서를 받습니다. 이것이 죄를 지은 다음 고해 신부에게 죄를 고하는 고해성사로 발전됩니다. 이에 대하여 훗날 루터는 고해성사한 이는 담당 신부에게 자신의 양심이 예속되어 속박된다고 주장합니다.

게르만 선교는 종교적 차원만이 아니라 교육, 문화, 건축, 예술 등의 다방면에서 접목합니다. 언어에서 라틴어가 고상하고 고급 언어로 받아집니다. 그들에게 알아듣지 못하는 일종의 외국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배의 경외심을 높이고 동시에 라틴 문화의 계승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받아집니다. 교육은 교회와 수도원이 담당하여 고대문화의 전승자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따라서 중세는 모든 사회의 구성 요소들이 신 중심적 성향을 가집니다.

봉건제도도 교회와 결합됩니다. 초대교회는 도시 중심적 성향이었다면 중세교회는 농촌 내지는 지역 중심적 성향으로 전환됩니다. 경제적 수단이 토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체제이며, 지역의 한 단위를 책임지는 대표자는 영주입니다. 그래서 봉건 영주는 자신의 땅에 독자적으로 교회를 세우고 성직자를 고용합니다. 결국 영주들에게 교회는 판매가 가능한 재산의 한 형태일 뿐이며, 교회의 수입은 영주의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로써 중세 서방교회의 서임권 문제가 태동합니다. 그래서 세속적 권력자가 성직 활동에 책임을 지거나 성직자 임명 등에 당연히 관여하게 됩니다. 따라서 게르만 선교는 영권과 세속권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특징을 가집니다.

성 콜롬바누스의 묘(바비오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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