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나 박사(서울신대 연구교수, 남아공 스텔렌보쉬대학 조직신학 석·박사)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고 있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하나님인데 어째서 우리는 단호하게 그리고 확고하게 하나님을 믿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개인의 신앙 체험의 경험,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에 기인할 것이다. 즉, 하나님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어떻게 자신을 드러내실까? 그리고 그 하나님은 우리와 어떤 ‘만남’을 가지길 원하실까?

기독교 전통에서 하나님의 나타나심, 드러내심은 계시라 한다. 하나님이 자신을 우리에게 드러내시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계시는 일반계시와 특별계시로 나눌 수 있는데 특별계시, 성서를 통해 우리는 구체적으로 하나님을 알 수 있다. 성서의 하나님은 우리에게 ‘언어(문자)’로 자신을 드러내시며 말씀(언어)을 통해 우리와 만난다. 즉 하나님은 언어로 자신을 계시하시며 언어를 통해 우리와 소통(communication)하고 교제(communion)한다. 구약에서 계시의 개념은 ‘하나님의 말씀’과 ‘교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신적 권위의 ‘의사소통 개념’을 강하게 제시하는 ‘하나님의 율법’으로 표현된다. 또한, 다니엘 밀리오리 (Daniel Migliore)는 계시는 근본적으로 하나님과 우리에 관한 지식으로서 하나님의 계시는 우리의 삶을 전복시키고 압도하며, 깨닫게 하는 변혁의 사건이라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계시는 성경의 말씀(언어)을 통해 하나님과 하나님의 백성이 의사소통하며 교제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 성서는 하나님을 계시한다. 말씀이신 하나님은 말씀하심과 동시에 그 말씀의 내용과 의도대로 행동하신다. 하나님이 말씀하실 때 그 말씀은 그대로 이루어진다.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하니 빛이 생긴다. 하나님의 말씀이 곧 실재(reality), 행위가 된다. 성서에서 하나님은 말씀으로 자신을 계시하시는데, 하나님의 말씀은 곧 하나님의 행위를 나타낸다. 하나님은 실언하지 않으시며 무의미한 말을 하지 않으시고 농담도 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이 말씀하실 때는 반드시 뚜렷한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하나님의 백성을 향하여 ‘말-행위’하신다. 즉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언어행위’하신다. 이러한 하나님의 계시는 신자에게 하나님의 말씀에 응대 (믿음과 신앙의 행위)할 것을 요구하며, 그들이 말씀이신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의 말씀(계시)에 응답할 때 신자들은 삶의 변혁을 경험한다. 바질 미첼(Basil Mitchell)이 주장하듯이 계시는 하나님과 신자 사이의 ‘상호 인격 간 의사소통’을 수반한다. 즉 계시는 하나님의 ‘언어 담론’으로서 하나님과 신자 간의 ‘의사소통 행위’이다.

따라서 계시는 하나님의 언어 담론(언어행위)에 신자가 참여하고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언어 담론으로서의 계시는 신자를 향한 하나님의 말 걸어 오심이며, 하나님 나라로의 초대이자, 하나님과 신자의 교제이다. 계시는 하나님의 언어행위에 신자가 반응하는 것이며 이는 단순히 하나님의 말씀을 맹목적으로 듣거나 순종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 말씀의 뜻과 의도, 목적을 알아 그것에 맞게 응답하는 것이다. 계시는 하나님의 ‘말-행동’에 응답하는 신자가 하나님과 상호 인격적인 관계 안에서 소통하고 교제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을 사랑하며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언어행위하신다. 언어 담론으로서 하나님의 계시가 신자들에게 올바르게 이루어지려면, 신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 곡해, 희석, 오염시키지 않고 하나님 말씀의 뜻에 맞게 반응해야 한다. 그리할 때, 말씀이신 하나님은 신자의 삶 속에서 그들의 삶을 변혁, 전복시키며 하나님의 계시는 신자들의 삶에서 실재가 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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