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수도권 아침 지하철 풍경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방금 도착한 지하철은 많은 승객을 태우고 떠났지만, 채 5분이 되지 않아 다음 열차를 기다리면 지하철 플랫폼에는 금방 많은인파들로 가득찬다. 그만큼 서울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다.

서울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신도림과 9호선과 3호선 그리고 7호선이 만나는 고속터미널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이 출근길 인파로 북적인다. 2호선 강남과 잠실 그리고 7호선 강남구청도 가만히 서 있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아침 승객들이 많다. 김포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오죽했으면 지하철을 지옥철이라 부를까.

이른 아침 많은 직장인들이 지하철로 각자의 직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그리고 지하철에 내리자마자,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손에 들고 회사로 들어가는 풍경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과거와 달리, 현대인들은 다양한 직업을 찾으면서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목격된다. 예전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하나의 회사에서 은퇴할 때까지 꾸준히 다니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많이 약해진 거 같다. 여러 개의 직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N잡러’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N잡러’라는 뜻은 수학에서 여러 개를 의미하는 수학 기호, N과 일을 의미하는 Job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한 가지 직업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 소득을 창출해 내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무엇보다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여러 다양한 플랫폼이 구축되면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 이외에도 별도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블로그에서 수익을 얻어내는 사람들도 있고, 온라인 판매를 통해 부업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가장 유행하는 유튜브나 인스타에서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들도 늘어나면서 프래랜서와 재택근무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수익을 창출해 내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여러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은 한 가지 직업에서 소득이 줄어들게 되면 다른 곳에서 수익을 창출해 내면서 부족한 것을 매꿀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경제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편이다. 다만, 고정적인 소득에서는 조금 불안정할 수도 있지만 자기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대 사회는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변화들과 새롭게 만들어지고 동시에 차고 넘치는 컨텐츠들로 인해 사람들은 변화에 대해 너무 민감하다. 과거의 변화에 비해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유행으로 인해 현대인들은 하나의 직장에서 ‘올인’하는 것이 너무 불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직장인들이 여러 직군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변화에 적응하고 쉽고, 또 그 변화에 뒤처지는 직군에서 탈출하기 쉽다는 판단에서 N잡러의 유행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세상이 너무 변하고 있다. 평생직장은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현대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평생직장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바쁜 일상에서 내일 또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힘든 출근 시간을 견디어내야 한다. 평생직장이든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든 모두 이른 아침 출근길이 힘든 건 마찬가지이다.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화이팅’을 외쳐본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