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13대 총장, 명예교수

Ⅰ. 구약성서의 하나님 현현의 유형(顯現 類型)

1. 자기 계시적 유형 (The Self-Revelatory Formula)

구약성서에서 신현현(神顯現)의 유형 중 첫째로 나타나는 것은 하나님의 자기 계시적 형태이다. 이는 하나님이 대체로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자신을 계시하시는 것으로 가끔 거룩한 장소에서 나타난다.

히브리인들의 하나님 이해에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이 바로 하나님 이름이다. 구약성서에서 하나님께서 자신의 이름을 계시하는 특별한 사건 두 개를 든다면, 최고(最古)의 족장 아브라함에게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다”(ni el Shaddai) 로 나타난 것(창 17:1)과, 모세에게 “나는 야웨니라(ni Yahweh).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전능의 하나님으로 나타났으나 나의 이름을 야웨로는 그들에게 알리지 아니하였다”고 분명한 자기 계시의 사건이다. 대체로 하나님의 자기 계시의 사건은 계약과 축복이 연관되어 나타난다. 즉 창세기 15장의 계약에서 보면, 아브라함의 선택이 하나님 스스로의 자기 계시적, 자신의 절대적 결단에 의한 행동으로 나오고(7절), 선택의 증거로서 출애굽 사건을 암시하고 있다(8-16절). 그리고 아브라함의 선택은 바로 축복(barak)과 관련되어 나오면서, 하나님은 전 인류의 축복을 위하여 아브라함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 축복과 관련된 계약은 창세기 17장 1절에서 “엘샤다이”(전능의 하나님)로 친히 나타나셔서 계약을 맺으며, 아브라함은 열국의 아비로 선언되고 땅의 기업이 약속된다.

이 신현현의 유형에서는 하나님 현현의 매개체(媒介體)를 간접으로 보내지도 않고, 암시적 중간체(中間體)로 나타나지도 않고, 예언자 소명에서와 같이 이적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서는 하나님 스스로가 자진하여 나타나 자신을 소개하여 뜻을 전하신다.

“그 밤에 야웨께서 그에게 나타나 가라사대 나는 네 아비 아브라함의 하나님이니 두려워 말라. 내 종 아브라함을 위하여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게 복을 주어 네 자손으로 번성케 하리라”(창 26:24)

“나는 네 조상의 하나님이니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니라... 내가 내려와서 그들을 애굽인의 손에서 건져내고 그들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출 3:6-8)

여기서 보면 하나님 스스로 자신을 계시하여 조상들과의 관계, 이스라엘을 위한 하나님의 역사적 사건을 주도한 내용 등을 통해 자신을 소개하신다. 대체로 하나님이 자신을 나타내실 때는 상대가 되는 자들과의 연관 관계를 역사적 사건이나 계약 관계에서 설명하고 자신을 주지(周知)시키신다.

2. 매개체 유형(The Form of An Intermediary)

첫 번째 유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성서 구절들이 하나님의 현현과 관련되어 구약성서에 많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창세기 32장 24절부터 32절의 기록에 야곱과 어떤 사람이 얍복 강변에서 밤이 새도록 씨름했다는 사건이다. 물론 내용 문맥상으로 보면, 그 사람과의 씨름으로 얻어진 응답과 결과는 바로 하나님께로 말미암는 것으로 나타난다. 분명히 그 상대는 인간이 아닌 하나님을 대신한 존재이거나 하나님 자신을 암시한다(특별히 32:28, 29). 여기서처럼 하나님 대신 ‘사람’아니면 ‘사자(使者)’가 나타나서 하나님의 일을 수행하고, 뜻을 전달하며, 계시의 매개체(媒介體), 혹은 중재자(仲裁者)로서 활동한다.

창세기 48장 16절에 보면, 야곱이 밤새도록 씨름했던 ‘어떤 사람’, ‘그 사람’(창 32:24,25)을 ‘사자’로 부르고, 창세기 32장 30절에는 야곱이 “내가 하나님과 대면하여 보았으나 내 생명이 보전되었다”고 고백한다.

여기의 ‘사자’는 신구약성서에 천사로 자주 나타나며, 히브리어로 mal’akh인데, 사자, 즉, 어떤 사명을 가지고 파견된 인간, 혹은 하늘의 존재요, 영적인 존재를 뜻한다. 때때로 이런 존재들은 하나님이 외관적으로 변형되어 나타나시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특별히 이 사자는 구약성서에서 ‘계약의 천사’(The Angel of the Covenant)로, ‘야웨의 천사’(The Angel of Jehovah) 혹은 엘로힘(하나님)의 천사(The Angel of Elohim)로 불려지고 자주 야웨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이 용어는 대체로 상호 변화성 있게 사용되고 있으며, 대개 많은 보수적 학자들은 성육신 그리스도였다고 믿는다. 이들의 견해에 의하면, 하나님은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만 그 자신을 계시하시기 때문에 “아버지 외에는 아들을 아는 자가 없고, 아들과 또 아들의 소원대로 계시를 받는 자 외에는 아버지를 아는 자가 없느니라” (마11:27)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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