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나 박사(서울신대 연구교수, 남아공 스텔렌보쉬대학 조직신학 석·박사)

말씀으로 나타나시는 하나님은 언어로 자신을 계시하시는 하나님이다. 우리에게 말 걸어 오시는 하나님은 우리와 깊고도 친밀한 교제를 원하신다. 이는 하나님이 우리와 의사소통하신다는 것을 말하며 하나님의 계시(언어행위)가 ‘관계적’임을 의미한다.

밴후저(Vanhoozer)는 “성서의 하나님은 인간과 구두로 의사소통하면서 관계를 맺으시는 하나님”이라고 말한다. 말씀으로 나타나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전존재와 일상의 삶, 영·혼·육의 구원을 위해, 우리 안에 하나님의 통치와 나라가 임하기까지, 우리와 끊임없이 소통하시며 우리와 늘 함께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이다.

그렇다면, 말씀으로 자신을 계시하시며 우리와 소통하며 교제하며 관계를 맺으시는 하나님은 어떻게 우리의 삶 속에 나타나실까? 하나님은 어떻게 우리와 함께하시며 그분의 말씀을 우리 안에서 이뤄가시고 성취해 가실까?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한다(히4:12)고 한다. 이는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있어 신자들의 삶에 영향력을 끼침을 증거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나님의 말씀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며 이것은 말씀이 신자들의 삶에서 성취되고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진실로 하나님의 말씀은 오늘날 신자의 삶에서 실재가 되고 있는가? 하나님의 말씀이 실제로 실재가 된다면 우리의 삶에서 반드시 말씀의 능력이 나타나야 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하나님이 드러나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신앙의 인식’과 고백 안에서는 ‘그렇다’라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겠지만, ‘신앙의 행위’ 안에서 삶을 비추어 보면 결단코 ‘그렇다’라고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우리는 살아계시며 우리와 매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신앙의 인식(앎, 지식)과 행위 사이에서 서로를 연결할 수 없는 갭(gap)을 발견한다. 이러한 차이와 혼란, 신앙의 미성숙과 퇴보, 실족과 넘어짐 등 신앙생활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와 성장하지 못함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원인과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말씀으로 나타나시는 하나님, 하나님의 말씀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현재가 되며 그 말씀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수행되는지에 관한 이해와 믿음이 부족해서이다.

맥클랜돈(McClendon)은 하나님의 언어는 논리적 형식 안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지향하는 하나님의 의도와 행위 속에서 이해되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성서의 진술들은 하나님의 의도, 목적, 계획 약속을 수반하는 수행문이라고 주장한다. 성서는 하나님의 언어행위를 증거하고 있기에 성서를 읽을 때는 하나님의 수행성에 집중하여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바를 주의 깊게 듣고 하나님의 의도와 마음 뜻을 헤아리며 하나님과 소통, 교제하려고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말씀의 수행성에 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성서는 진위문(명제문)이 아니라 수행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신다”는 말씀을 진위문으로 이해한다면 위의 말씀은 단순 명제로 남아, ‘하나님의 존재’와 ‘하나님의 사랑’을 사람의 인식 개념 안에 갇힌 제한된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신다”는 말씀이 가지는 의미는 명제적 인식, 그 이상의 것이다. 하나님 말씀의 수행성은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를 이 세상에 보내실 수밖에 없으셨던 하나님의 사랑과 행동(구원 사역), 의도, 마음, 감정과 정신뿐만 아니라, 그러한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나님의 사랑을 본받아 실천하라는 신앙의 행위까지도 포함하는 언어행위다. 따라서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의 수행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 말씀에 올바르게 응답한다면, 말씀으로 계시하시는 하나님을 우리의 삶에서 경험하며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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