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목사(임마누엘교회)

출애굽 후 광야를 거쳐서 이제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전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제2세대들에게 제단을 쌓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신 25:5~7). 단 제단을 쌓을 때 조건이 있었는데 첫째는 제단을 쌓기 위해 준비하는 돌에 철 연장을 대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다듬지 않은 돌을 사용할 것과 셋째 화목제를 드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제단을 쌓을 때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라고 하시는 의도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만, 특별히 ‘다듬지 않는 돌’을 사용하라고 하신 말씀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습니다.

‘다듬지 않은 돌’이란 본래 히브리어의 ‘쉘레모트’를 번역한 말입니다. ‘쉘레모트’는 ‘평화’ 혹은 ‘화목’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샬롬’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말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께 예배할 때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가 하는 것을 보여 줍니다. 예배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즉 ‘화목’입니다. 제사의 완성을 위해서는 제물이 필요했고 궁극적으로는 예수님께서 제물이 되셨던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의 불순종으로 하나님과 우리는 원수 관계였으나 그분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과 화목의 관계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소위 ‘크리스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나님과 원수 관계로 있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마치 법적으로는 부부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남남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는 어떤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구원이란 주인이 바뀌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내 안의 중심이 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던 자가 이제는 주님이 주인이 되셔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만일 아직도 ‘하나님과 원수되는 육신의 생각’(롬 8:7)을 여전히 가지고 살아간다면 구원받았음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부패하고 타락하였는지 모릅니다. 심지어 그 속에는 악이 가득하다고 말씀합니다(전 9:3; 마 15:18~19). 즉 하나님과 화목하지 않고 원수되었다는 말은 온종일 내 마음에 생각하는 것이 정욕을 따라 세상에 속한 것들로 가득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약 4:4).

성경은 우리에게 “간음한 여인들아 세상과 벗된 것이 하나님과 원수 됨을 알지 못하느냐 ...”고 말씀합니다. 여기에서 ‘간음한 여인’이란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죄를 짓듯이 ‘법적으로는 하나님의 자녀들임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벗된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세상의 명성과 이익을 추구하며 목적 삼는 사람입니다. 이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그리스도인이라고 할지라도 껍데기만 크리스천에 불과합니다. 여전히 하나님과 원수의 관계에 있는 사람입니다. ‘욕망’이 그렇게 간단하게 무시해도 좋을 감정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향한 사단의 치명적인 무기는 다름 아닌 ‘욕망’이었습니다. 사단은 천하만국과 영광이라는 경품을 내걸고 예수님을 향해 자신에게 절을 하라고 유혹합니다. 세상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건드린 것입니다. 세상은 소유한 자를 부러워 할 뿐 아니라 존경하라고 우리에게 가르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제자를 향해 지팡이 외에 양식이나 배낭이나 전대의 돈 등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치셨는데 그중에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는 기도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구하는 기도 안에는 “하나님 나에게 일용할 양식만을 주셔서 곡간에 양식이 넘쳐나 너무 배가 불러 하나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게 하소서”라는 내용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예수님은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나 자신은 머리 둘 곳조차 없다고 하셨습니다. 해녀들과 관계된 용어 중 ‘숨비소리’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숨비란 ‘잠수’와 같은 말로 숨을 참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숨비소리’란 해녀들이 물속에서 숨을 참다 참다 숨이 끊어지기 직전 수면으로 올라와 휘파람 소리처럼 길게 내는 “후우~ 후우~” 소리를 일컫는 말입니다. 해녀들이 물속에서 좋은 해산물에 욕심을 부린 나머지 ‘숨비소리’를 놓치면 안 됩니다. 숨비소리는 생명이고 호흡입니다. 숨비소리를 놓치면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주일이 숨비소리입니다. 십일조입니다. 욕심을 멈추겠다고 하는 선언입니다. 녹은 쇠에서 생겨나지만, 쇠에서 나온 녹이 결국 쇠를 잡아먹듯이 욕망은 마음의 욕심에서 생겨나지만 그 욕망이 내 인생을 파멸시켜 버립니다. 하나님과 원수로 변하고 내 영혼은 죽습니다. 욕망을 절제하십시오. 이를 위해 성령 충만과 자족을 배우십시오. 하나님과의 화목을 삶의 목적 삼으십시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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