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13대 총장, 명예교수

III. 하나님 현현의 매체들(Theophanic Media)

4. 야웨의 이름(The Name of Yahweh)

역사 안에서 하나님의 현존이 생동적으로 나타나면서, 고대 이스라엘의 갖가지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되었다. 하나님의 이름은 일반적 계시를 나타내기도 하고(시 8:1,9), 특별한 자기현현에 대한 계시로 사용되기도 했다(출 3장과 6장). 이 하나님의 이름이 심판을 불러일으키고(사 30:27), 혹은 성막과 성전의 영광스런 구름과 동일시되기도 한다(신 12:11, 왕상 8:29, 렘 3:17, 7:12). 시온(Zion)은 만군의 야웨의 이름을 두신 장소가 되었다(시 18:7). 하나님의 이름은 하나님의 능력(시 54:1, 76:1), 혹은 자비 등 특별한 속성을 나타낸다.

고대의 표상에 의하면, 이름은 허무하거나 공허한 것이 아니라, 그 이름과 그 이름을 가진 자사이에는 긴밀한 본질적 연결성이 있다. 즉, 이름을 가진 자는 그 이름에서 실존한다. 그러므로 이름은 그 이름의 소유자의 본질에 대한 진술, 또는 그에게 맞는 어떤 고유한 힘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인간의 영역 내부에서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게 할 곳”을 반드시“만드신다”(출 20:24). 신명기 12장 5절에서도 “오직 너희 하나님 야웨께서 자기 이름을 두시려고 너희 모든 지파 중에서 택하신 곳인 그 거하실 곳으로 찾아 나아가서 너희 번제와...”라고 되어 있다.

이스라엘이 희생 제사를 드리는 장소는 하나님께서 특별한 초자연적 현현으로 자신의 이름을 기념하게 하는 중심 장소로 인식되었다. 바로 그 곳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 가운데 볼 수 있도록 상징적으로 거하심을 나타내는 장소이다. 하나님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바로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공동관계인 제사, 예배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출애굽 전승에 의하면, 야웨 이름은 이스라엘에게만 은밀하게 주어졌기 때문에 이방인들은 야웨를 알 수 없었다(시 79:6). 이스라엘들은 야웨 이름을 간직하고 부름으로 하나님과 가까이 있고, 그 이름을 통해서 야웨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믿었다(출 33:19, 34:6). 그래서 이스라엘은 항상 이름을 특별한 종류의 거룩한 현실로 간주하고, 그 이름은 바로 야웨 자신의 거룩함의 일부요 야웨 본질의 사본(寫本)이었다.

야웨의 이름으로 예루살렘에 거하시며(왕상 11:36), 바로 이 성전이 그의 이름을 위해 건축되고(대하 20:8, 시 74:7), 영원토록 그 성전에 이름으로 거하신다(삼하 7:13).

야웨 이름은 야웨 자신을 나타내고, 한편 하나님의 실존을 보여주는 야웨의 대용으로 쓰인다. 이사야는 “야웨의 이름이 원방에서부터 오되 그의 진노가 불붙듯 하며 빽빽한 연기가 일어나며 그 입술에는 분노가 찼으며”라고 말한다. 여기서 보면 그 하나님 자신이 이름으로 대체되면서, 그 하나님의 행위와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고로 하나님은 자신의 이름으로 행동하시며 나타내실 수 있다.

궁켈은 이스라엘이 특별한 야웨 이름을 부른 것을 설명하여 “이스라엘 이외의 사람들이 다신교를 믿고 있었기 때문에, 자기에게 특별한 사랑을 베푸시는 어느 한 신의 이름을 불러서 그 신과의 관계를 가져 그 신의 관심을 끌도록 불렀던 습관이 이스라엘에게는 유일신 야웨의 신명을 부르게 된 것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이집트 시(詩)나 바벨론의 시에서는 신명을 부를 때 수다스런 수식어로 꾸며져 신에게 아첨하는 형태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이름이 바로 그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존재와 본질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름이 지어짐으로써 존재가 선언되고 창조 질서에서 위치가 분명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름은 바로 그 사람의 정체와 독특성을 나타내고 성품과 인품을 보여주기 때문에, 구약성서 인물들 중에 작명에 주의 깊은 배려를 하고 있음을 본다. 예를 들면 ‘아브람’이 ‘아브라함’으로, ‘야곱’이 ‘이스라엘’, ‘사래’가 ‘사라’로 바뀌고, 그 이름의 의미가 새로운 생의 사람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본다(창 27:36, 35:28). 그러므로, 하나님 자신을 현현하심에 이름을 사용하여 나타나심은 자신을 현시하시고 행동하시는 근거요, 인간의 이해에 적절한 방법이었다.

IV. 신현현(神顯現)의 신학적 이해

하나님의 인격적 계시

구약성서에서 하나님의 인격성을 증명하려고 하면 수많은 부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구절들이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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