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만교 목사(화평교회 원로)

대통령이 청천벽력(靑天霹靂)과 같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즉각적으로 국회가 해제 결의를 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유혈사태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로 인해 대통령은 탄핵당해 직무가 정지되고, 나라는 큰 혼란에 빠지고, 관련자들은 줄줄이 잡혀가고 있다. 일련의 계엄과 탄핵 사태로 인한 국가적 피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대통령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일을 저질렀을까? 대통령은 확신을 갖고 그 당위성을 역설했다. 대통령이 밝힌 비상계엄의 명분은 종북 세력과 반국가세력, 그리고 부정선거 음모 척결을 위함이요, 민주당은 헌정 질서를 짓밟는 정당이요, 국회는 범죄집단의 소굴이라고 주장했다. 소위 광화문 집회를 이끌고 있는 극우 단체의 주장과 흡사하다.  

어찌 일국의 대통령의 사고의 틀이 보수에서도 맨 오른쪽에 가 있는 극우 보수의 주장과 같을 수 있을까? 대통령의 자리란 모든 사람, 모든 주장, 모든 이념을 품을 수 있는 넓은 바다와 같아야 한다. 극우세력의 주장이 절대 정의요, 진리가 아니지 않는가.

대통령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포용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이번 무모한 계엄도 나왔고, 탄핵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똑같은 사람은 없다. 생각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정치 이념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렇다고 그것을 틀렸다고 할 수 없다.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것이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다름을 인정할 때 평화롭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화가 난다. 상대를 증오하고 적대시 한다. 그게 아니다. 다름을 인정한다고 내가 그가 되는 것이 아니고, 지는 것도 아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가갈 때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당이란 무엇인가? 각기 다른 계층과 이념과 지역을 대변하는 정치 결사체다. 더욱이 야당과는 생각과 주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당이란 권력 획득을 위해 이전투구(泥田鬪狗)도 불사한다. 대통령이 정치를 오래 안 했어도 이 정도, 정치의 속성은 알고 있지 않은가.

야당이 아무리 못 되게 나와도 “정치란 그런 거다. 야당은 본래 그렇다.” 하고 웃고 넘어가야 한다. 국민이 다 보고 있으니, 국민만 보고 가야한다. 간, 쓸개 다 빼버리고 나라만 생각하고 국민만 보고 간다면 국민이 환호하고 지지할 것이다. 그런데 대명천지에 계엄이라니, 자살골, 외통수로 딱 걸려든 것이다. 

민주주의는 다름을 인정한다.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면 안 된다. 국회도, 야당도 인정해야 한다. 그들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들어야 한다. 그런 성숙한 민주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프랑스의 사상가 볼테르의 말이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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