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는 항상 부분의 합이고,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 폐쇄적이고 결정론적인 세계관을 형성한다. 반면 요즘의 사고방식은 ‘전체는 단순히 부분의 합이라 할 수 없고, 부분도 단순히 전체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으로 개방적이고 생산적인 세계관을 형성한다. 1+1=2가 아니라 1+1=3 또는 그 이상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이다.

통치자들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하지만 통치자 자신부터 무조건 순응하고 뭉치는 것으로만 만족했다면, 결코 지금의 통치자로 존재할 수 없다는 자기모순에 빠지고 만다. 뭉치고 흩어지는, 생존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옳으냐 그르냐, 즉 가치의 문제가 훨씬 중요한 것이다.

9개의 싱싱한 계란과 1개의 썩은 계란을 결코 합쳐서 반죽하면 안 된다. 반드시 분리해야  하고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 자기의 실수에 대해 관대한 자는 남의 장점에 관대하지 않다. 이것이 조직으로 확대되면 문제는 더 커진다.

조직 안에서 합리적인 분리가 없으면 조직 전체가 사회로부터 분리된다. 금은 깨지면 녹여 쓸 수 있어도 신의가 없는 사람은 두 번 다시 쓸 수 없다. 사람의 일, 조직의 일이라는 것이 금조각 붙이듯 요령껏 조각조각 붙여서 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삼성 이병철 회장 생존 당시 이 회장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사람쓰는 일’이지요. 다시 물었다. ‘가장 중점을 둬서 한 사업이 무엇입니까?’ ‘역시 사람입니다’

우리교단은 100년의 전통 1000년을 이어갈 교단이란 기치를 힘차게 외치면서 21세기를 맞았다. 지난 10년간 전국의 지방회와 대의원들은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그들의 든든한 조직에 모든 힘을 실어줬다. 말 그대로 전폭적(全幅的)인 지지와 무한신뢰를 보냈다. 흠이 있어도, 문제가 생겨도, 약점이 있고, 과하다 싶어도 전교단적인 차원에서 하나님이 주신 21세기 첫 10년을 은혜롭게 양보하고, 밀어주고 덮어주고 신뢰했다. 경사스런 21세기와 또한 교단 100주년을 맞이하여 어느 성결인이 소란을 피우고, 반대를 하고, 딴지를 걸고 싶었겠는가?

21세기 첫 10년이 흘렀다. 하지만 이변은 없었다. 그 그룹, 그 사람들이, 그 방식대로 총회의 요직과 권력을 독식하고, 모든 필요한 절차와 자금, 심지어 언론까지 좌지우지했다. 전폭적인 지지는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어디에 와있나? 지난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무엇을 이루고,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이 존재하고 사라졌나? 사라진 것은 기회와 시간과 사랑이요, 남은 것이라고는 심하게 말하면 ‘섞인 것’ 뿐이다.

항간에 떠도는 말이 ‘왜 멀쩡한 사람도 총회만 들어가면 변하느냐?’ ‘완장만 차면 왜 똑같아지느냐?’이다. 잃어버린 10년, 그때 그 사람, 나의 친구, 나의 선배, 나의 친구들 모두를 우리는 잃고 있다. 대신에 얻은 것은 권모술수, 정치적 줄서기, 편가르기, 자리꿰차기, 교단에 짙게 드리운 어두움의 전조 등등…

우리교단이 지금 가장 먼저 처리해야할 문제는 ‘섞인 것을 분리하는 일’이다. 섞이면 썩는다. 순수한 목회자가 정치꾼 흉내를 내고, 착한 직원이 실세 흉내를 내고, 순수한 장로가 교단의 정치 맛을 알아 날 새는 줄 모르는 교단. 이것이 하루 이틀, 한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새천년을 맞이하여 의욕적으로 잠실벌에서 100억이 넘는 불꽃쇼를 한 교단의 자화상이다.

이렇게 하라고 그동안의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그들의 조직에 모든 권한을 전폭적으로 부여했던가? 

섞어서 문제라면 해결책은 나누는 것이다. 이미 썩은 물에, 새로운 물을 투입하고 극약처방을 한다고 해서 썩어버린 교단이 정화될 수 없다. 오히려 가장 적절하고 핵심적인 처방전은  ‘분리하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 발원하여 대치동으로 흐르는 썩은 물은 퍼다가 하수종말처리장에 버리면 된다. 일부 10%에 불과한 장로와 목사들이 오염시킨 썩은 물을 더 이상 90%의 순진한 성결인이 먹을 이유가 없다. 삯꾼과 참 목회자를 가르고, 일부 정치장로와 성실한 장로들을 가르고, 총회에 상근하는 문제 직원과 국장들을 가르고, 줄서게 만드는 언론과 살리는 글을 분리하는 것이야 말로 혼수상태에 빠진 교단을 살리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시급한 처방이다.

물이 기름에 섞이면 오염된 물이요, 기름에 물이 섞이면 가짜 휘발유다. 모두가 불량품이며, 조금 정화해서 내놓아도 그것은 사기요, 양심불량이다.

빨리 나눠야한다. 무엇보다 내 자신부터 신앙의 양심과 탐심을 내속에서 분리해야 한다. 그리고 주위의 정치적이고, 탐욕적인 사람들과 분리해서 서야 한다. 지금이 분리의 기회이다. 그러나 나중에 분리되는 것은 심판이다. 지금 분리하는 것은 선택이다. 마지막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마지막 선택을 하길 바란다. 그래서 본인도 살고, 교단도 살릴 수 있는 우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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