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제14기 빌립전도훈련 광고 보고 참여 결심
의사는 6개월(5-10)간 투약하며, “절대 안정하고 영양섭취 잘하라. 먼 길을 왔으니 20일 동안 입원하고 집중 치료하면서 그동안에는 TV도 시청도 하지 말고, 독서도 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라, 소모성 질병이기 때문에 1년간은 아무 것도 하지 말라”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재발하기 쉬우니 그땐 면역성이 떨어져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순천에서 가르친 제자에게 전화를 하여 상태를 말하니 상해보험에 가입되어서 3일 이상 입원한 환자에게 일당 3만원씩 지불된다는 말을 듣고서‘장로가, 교사가 할 짓은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법정 공휴일인데도 떼를 써서 가퇴원하여 집으로 와버렸습니다.
이제부터 일상의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지난한 투병생활이 시작되었으니,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회의 장로로서 신앙의 본이 되어야 하고, 가정에서 가장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더없이 괴롭고 답답하여 자괴감에 빠진 하루하루가 말 그대로 고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결근 한 번 하지 않고 나름대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며 명예나 승진에 연연하지 않고 떳떳하게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물러나겠다던 생각은 한낱 생각으로 그치고 말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며 결국은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며 철저히 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의(義)를 앞세우던 지난날의 어리석음이 왜 그토록 부끄러운지요? 독서도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죽으면 죽으리라’(에스더 4:16)는 각오로 성경을 읽기 시작하여 두 달 만에 완독하는 등 자신을 가누는 힘든 여름을 보내며 건강도 내 맘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이 허락하셔야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2003년 8월말 학교에서 준비한 퇴임식도 거절하고 가족 넷이서 전교직원을 초대하여 대접하고, 퇴임사(退任辭)도 유인물로 대신하고 34년 동안의 젊음을 바쳤던 교직을 조용히 떠났습니다. 모두들 울었습니다.
의사의 지시대로 2004년 5월에서 10월까지 매달 한 번씩 광주에 가서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그 힘들었던 투약 기간이 끝났습니다. 한 줌이나 되는 약을 매일 복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자신이 비참했던지 지난 6개월 동안은 참으로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어느덧 가을이 되었는데 병에 지친 자신도 힘들었지만 사회활동을 중단하고 곁에서 간병하는 아내와 광주에서 피아노학원을 함께 운영하는 두 딸의 아빠를 염려하는 마음에 그토록 부끄러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하시고 자신을 돌이켜 보며 신앙적으로 재충전하는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힘들었던 봄여름가을 6개월간의 투약기간이 끝나고 다시 6개월간의 절대 안정 기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주치의의 말이 지금까지는 약의 힘으로 유지되었는데 이제부터는 약을 복용하지 않으니 무리하게 되면 재발 가능성이 많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약을 복용해도 면역성이 생겨 치료하기 어렵고 결국은 생명을 잃게 된다고 했습니다. 교회는 주일예배만 참석하고 철저히 함구하며 투병생활은 계속되었습니다. 초겨울의 날씨는 병든 자에게는 유달리 춥게 다가옵니다. 11월 주보에 우리 교회에서‘제14기 빌립전도훈련’을 한다는 광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순간 내가 지금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환자라는 생각보다는 1. 침체된 나의 신앙을 업그레이드하자. 2. 공직생활을 무사히 마치게 된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자. 3. 내가 먼저 훈련을 받아 담임목사님의 목회사역을 도와드리자. 4. 직분자로서 솔선하여 모범이 되자는 나름대로의 당위성을 내세워 아무에게도 의논하지 않고 예배드리고 나서 곧바로 빌립전도훈련에 신청을 하였습니다.
부목사님과 몇 교우들은 눈치를 채고 염려를 많이 하였으나 훈련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옆에서 안타깝게 간병하는 아내의 걱정에 하나님께 맡기고 기도하자고 당부하였습니다.
평소에 저는‘훈련을 받아야 강해진다’는 생각이어서 군에서부터 의장대훈련, 하사관 훈련, 유격대 훈련, 그리고 일부러 전방으로 자원하여 부대배치를 받고 혹한기 훈련 등의 훈련은 다 받았고, 공직에 있을 때에도 교육훈련은 항상 먼저 받았습니다. 교회에서도 베델성서, 크로스웨이, 제자훈련, 사역자훈련 등을 다 받았습니다. 교직에서는 믿는 교사로서 교회에서는 목사님을 도와드리고 또 장로로서 당연히 할 일이기에 한 것입니다.
2003월 12월부터‘제14기 빌립전도훈련’제 5조의 조장을 맡아 훈련을 하는데 병약한 몸으로 훈련을 한다는 것이 쉬운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날마다 새벽부터 달리며 활동하던 사람이 무려 8개월 동안 투병생활만 하다가 갑자기 추운 겨울 새벽부터 날마다 훈련을 하니 체력이 전혀 뒷받침되질 않는 것입니다.
원로장로 이풍영
순천승산교회/빌립전도협회 도우미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