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친환경 농사로 경작한 민들레들은 몇 해 지나지 않아 1,000여 평의 대지를 다 뒤덮을 만큼  자라났다. 빼곡하게 피어있는 민들레들은 바람을 이기지 못한 나뭇가지들이 맥없이 부러져 나갈 때에도 흔들림 없이 제자리를 지켜 주었다. 민들레의 강한 생명력은 내가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 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돼주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가르쳐 준 고마운 스승이기도 했다. 

 민들레가 만들어 준 희망
이제 남은 것은 민들레를 수확하여 즙을 만들고 상품화시키는 과정이었다. 엑기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조기를 비롯한 전문 기기들이 필요했다. 당장 기계들을 장만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급한 대로 건강원에서 엑기스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민들레 엑기스를 우선 지인 분들과 몸이 아픈 주변 분들에게 선물로 드렸다. 민들레의 효능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내가 키우고 수확한 민들레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강한 확신이 필요했다.
이른 새벽부터 해가 동산에 뉘엿뉘엿 질 때까지 수없이 밭을 오가며 정직하게 지은 농사였다. 설령 내가 기대했던 만큼의 희망을 민들레에게서 찾지 못하더라도 한 분 한 분 찾아가 민들레를 선물해 드릴 수 있다는 기쁨에 행복했고 감사했다. 지금의 이 작은 시작이 훗날 커다란 희망이 되어 돌아오리라는 기대가 있었고 주님을 믿었다. 다행히 민들레를 선물 받은 주변 분들의 반응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뜨거웠다. 민들레 엑기스를 먹기 시작하면서 더 건강해지고 지병이 계셨던 분들은 병세가 많이 호전되었노라고 내게 감사의 인사를 해오셨다.
그 순간 여태까지의 고단함과 피로는 그저 살짝 베인 상처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 손짓이지만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내 안에 선명히 박히는 찰나였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반딧불을 쫓듯 초조하게 달려왔던 그 동안의 삶을 한꺼번에 주님께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수 만개의 촛불들이 내 삶을 환하게 밝혀 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두려울 것도 가슴 쓸어내리며 놀랄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삶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샘솟았다. 그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었고, 하나님이 나를 도우리라는 주님을 향한 강한 믿음이기도 했다. 언제나 내 어깨에 손을 얹어 주고 계시는 주님이 계셨고 늘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 가족들이 내 곁에 있었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도, 주저할 이유도 없었다.
나는 여의치 않은 형편 때문에 건강원에 맡겼던 엑기스 만드는 작업을 직접 해 보기로 결심했다. 작고 하찮은 부분일이지라도 내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있다면 감히 내가 했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내 손으로 직접 즙을 내려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것도 오롯이 나의 몫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민들레 판매를 위해서는 전문화된 생산시설이 절실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나는 민들레 엑기스를 만들기 위한 추출기와 건조기, 포장기 등을 구매했다.
아직까지 대량으로 생산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민들레 엑기스의 효능을 경험하신 분들의 재구매가 계속해져 이어지고 있어 사업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고 있다. 작년부터는 민들레 재배에 머물지 않고 수세미도 함께 재배를 시작했다. 기관지, 천식에 좋고 아토피 피부에 좋은 효능을 갖고 있는 수세미 엑기스와 수액을 발효시켜 만든 수세미 효소를 함께 생산해 내고 있다. 또한 상품의 홍보와 판매처 확보를 위해 다양한 판로를 모색 중에 있다.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값진 경험으로 민들레를 생산하고 포장, 판매 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주님의 이끌어주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저 막막하기만 했던, 용기보다는 망설임이 먼저였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어떤 순간에도 주님은 나를 놓지 않으셨다. 나는 주님으로 인해 오늘을 기뻐할 수 있었고, 내일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며 미래를 꿈꾸는 자가 되었다. 그리고 주님이 주신 선물과도 같았던 민들레는 내가 그려갈 삶의 밑그림의 가장 첫 번째 주인공이 되었고 농촌사역의 든든한 거름이 되어 주고 있다.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