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희원은 의과대학 시절, 호른을 연습하던 중 근육 유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근감소증에 관심갖기 시작했다. 이후 내과 실습을 돌며 노인의학에 매료되어 노쇠에 관하여 깊이 있게 연구했다. 현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노년내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노인,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나이 드는 것이 사회에서 병적인 문제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15세부터 64세까지를 묶어 ‘생산 가능 연령’, 65세부터는 ‘노인’으로 말한다. 이는 사람의 나이 듦과 노화, 질병, 기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노화는 여러 장기와 조직의 구조, 기능 이상이 오랜 시간 동안 섞이고 상호작용한 최종결과이다. 노화의 속도는 개인이 살아가는 방식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사람이 나이 들면서 질병과 노쇠, 장애가 생기는 모습이 제각각이고, 또 그 속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숫자 나이보다는 노쇠, 질병과 기능을 포함한 사람의 다면적인 요소가 신체적 젊음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생물학에서의 노화는 노인의학이 바라보는 노쇠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속도 측면에서 바라본 노화라는 생물학적 현상과 시간이 지나 결과로 맞이하게 된 질병과 노쇠를 하나의 연결되는 현상으로 간주하며 삶과 시간, 세상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1부 시간: 노년을 맞이한다는 것

노화란 무엇인가?

우리는 노화를 실시간으로 느끼지는 못한다. 어느 날 불현듯 흰머리가 늘었음을, 또는 얼굴에 주름이 늘고 소변이 시원치 않음을 느낄 뿐이다. 마흔에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확장해 본다면 60~80대가 되면 나의 만성질환에도 일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바꾸어 말할 수 있다.

2. 노후 준비는 미래를 위한 장기투자

생애주기에 따라서 소득과 생활비를 고려했을 때 평균적으로 적자를 보는 시기와 흑자를 보는 시기가 있듯이, 노후를 위한 건강 관리 방법도 이와 같다.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는데 에너지가 들어가고, 활동적인 생식력이 유지되는 30~35세까지는 근육의 양, 골밀도, 근력이 늘어나는데 에너지가 들어가도록되어 있다. 종을 보존할 수 있도록 출산과 양육의 세대 주기가 노화의 타이머에 기가 막히게 반영되어 있다.

30~60세에 해당하는 중장년 시기에 생활을 조절하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 노화세포가 많이 축적되고, 그 노화세포는 염증 물질을 발생시켜 사람의 모든 기관을 더 빨리 늙게 만든다. 내 몸의 노화관리는 장기적인 자산관리라고 생각하고 좋은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화세포란 세포가 활성산소를 포함한 여러 가지 스트레스 때문에 유전자 손상이 누적되어서 암세포로 변하기 직전인 상황이 되면서 스스로 좀비처럼 바뀌어서 죽지도 않고 활동도 하지 않는 세포를 말한다. 이 노화세포는 여러 가지 염증 물질들을 주변으로 분비하는 특징이 있다. 노화방지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것은 적게 먹는 것과 충분한 양의 신체활동이다.

3. 지속 가능한 3차원 절식

절식은 그냥은 하기 어렵다. 무턱대고 절식을 하면 필시 그 이후에 폭식이 따른다. 사람은 굶다가 가끔 축제를 벌이기의 농경시대 이전의 뇌를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절식은 칼로리 관리를 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절식이 되는 방법이다.

1) 첫 번째 차원: 단순당과 정제 곡물을 줄여라.

자연에서 섭취할 수 있는 곡물은 섬유질이 내용을 붙잡고 있어서 몸속에 흡수되어 혈당을 올리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단순당이나 정제곡물을 섭취하면 치솟는 혈당을 잡으려 인슐린이 분비되고, 인슐린 덕에 혈당이 떨어지며, 졸리고 힘이 빠지고 배가 고픈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인슐린에 의해 떨어진 혈당이 저장되는 곳은 내장지방이다. 내장지방은 염증성 지방 호르몬을 분비하며, 노화를 가속시킨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식사 시 밥의 양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이 좋다. 밥의 양을 줄여도 이전과 같은 시간 동안 밥을 먹으면 포만감에는 큰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먹는 속도가 중요하다. 재미있는 것은 밥의 양을 확 줄여서 먹어보면 세 시간쯤 지난 이후, 당이 떨어지는 느낌이 이전보다 훨씬 덜하다는 것이다. 식후의 인슐린이 덜 나오기 때문이다. 인슐린이 붙잡아둔 물과 염분이 빠지고 글리코겐이 분해되면서 1주일만에 3~4킬로그램의 체중이 줄어든다.

2) 두 번째 차원: 시간제한 다이어트를 하라.

간헐적 단식, 1일 1식 등 일정한 시간만 음식을 섭취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단식한다. 어쨌든 속을 비워주는 시간을 가급적 길게 늘여보자는 것이 취지다. 하루 중 12시간만 먹기, 8시간만 먹기(예를 들어 아침 10시부터 저녁6시까지)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잠자는 시간과 아침 시간은 몸이 생물학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준다.

3) 세 번째 차원: 전체적인 영양과 열량을 조망하라.

두 번째 차원까지 실천하고, 두세 달이 지나면 식욕에서 어느정도 자유로워진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몇 그램씩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수렵시대에 맞춰져 있는 우리 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주면 되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정희원, 『지속 가능한 나이듦』, 두리반,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