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신학기가 되면, 긴장된 모습으로 하나 둘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을 맞이하며 소녀처럼 설레이곤 한다. 과연 이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는 무엇일까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학급의 이름을 보석반이라고 붙이게 되었다. 한낱 돌멩이에 불과한 원석이지만 이를 발견하여 조심스레 쪼개고 갈고 닦으면 모두가 탐을 내 하는 보석으로 거듭나는 것처럼 아이들도 제각기 그 안에는 빛나는 재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격려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믿음은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게 되었는데, 교육학에서 말하는 피그말리온 효과 - 긍정적인 믿음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행동변화 -를 입증하기라도 하듯이 이 믿음이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아이들과의 처음 만남에서 나는 늘 이렇게 말하곤 한다.
“너희는 모두 귀한 보석들이란다. 네 안에 얼마나 값진 보석이 들어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투명하게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일 수도 있고, 푸른 빛이 아름다운 사파이어일 수도 있단다. 하지만 겉에 둘러싸인 거친 돌들을 깎아내고 다듬지 않으면 영영 그 빛을 낼 수가 없어. 보석을 가공하듯 너희의 인성과 재능을 가다듬는 노력이 필요해. 너희들이 아름다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도와줄게. 친구들과 부모님도 도와줄 거야. 함께 노력해 보자~” 아이들은 자기 속에 숨어있다는 보석에 대한 기대감에 반짝이는 눈망울로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요새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주의산만’이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붙어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조차 누군가가 자신을 믿어주고 기다려 준다는 것을 알게 되면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움직여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그것은 얼마든지 노력을 통해 다듬어질 수 있다고 끊임없이 알려주어야 한다. 아무리 어리더라도 자신의 약점과 장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른들이 아이의 약점만을 들추어내거나 그것을 고치도록 다그친다면 오히려 의도하던 바와는 반대로 반항을 하거나 자포자기해 버릴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조그마한 장점이 눈에 띄었을 때 지체 없이 칭찬을 해 준다면 아이의 자존감이 살아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가 될 것이다. 이 때 순발력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때로는 호들갑스러운 오버 연기도 도움이 된다.
보석들이 다양한 색깔과 빛으로 매력을 발산하듯이 아이들도 각자 가진 매력 있는 꿈과 재능을 하나 둘 나타내어 가는 것을 발견할 때 참으로 보람을 느끼게 된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임과 동시에 보석을 캐내는 광부이고 싶다. 그것이 때로는 고되고 인내를 요하는 작업일지라도 말이다. 하나님이 우리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인정하셨듯이 아이들을 바라볼 때도 그 모습 그대로 존중하고 믿어줄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싶다. 오늘도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고백한다.  ‘여러분은 귀하게 쓰일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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