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춘 목사(시인, 신학박사, 천광교회 담임)

Ⅴ. 시편 탄식시의 구조적 특징

B. 탄식시에 나타난 메타포의 삼각구도

2. 악인관련 메타포

10:15 “팔이 꺽일 악인”

팔이 꺽인다는 것은 세력을 멸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인은 “악인의 팔을 꺽으소서”라고 말함으로써 사악한 사람들의 힘을 분쇄 시킬 것을 하나님께 요청하고 있다. 악인의 팔로써 강함을 드러내지만 그 세력과 권세가 권세가 궁긍적으로 꺽임으로 하나님의 의를 드러낼 것을 시인은 믿고 있다. 시인은 하나님의 팔의 권세를 믿지만 악인의 권세는 부러질 것임을 알기 때문에 결국 악인의 파멸을 내다 보고 있는 것이다.

11:2 “활을 당기고 살을 시위에 먹이는 자”

활과 화살에 대한 이미지는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본 절은 문자적인 의미 그대로 물리적 공격을 가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지만 멸망시키는 비방의 말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적의 혀는 파괴적인 음모와 기만의 무기로 사람을 겨냥하여 쓰러뜨리는 활과 화살에 비유될 수 있다. 대적은 숨어서 활을 당기고 살을 시위에 멋이듯 말로써 사람을 쓰러뜨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사람의 말이 화살과 같은 인격살인의 무기이며 그 살을 시우에 먹인다는 것은 온갖(殺意)에 가득한 논리로 무장한다는 의미이다. 악인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11:6 “잔의 소득”을 받을 자

“잔”이라는 말은 다른 메타포와 마찬가지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쓰이는데, 긍정적인 뜻으로 사용될 때에는 사랑(삼하 11:1-4)과 위로, 힘과 친교 등의 이미지로 쓰인다. 특히 시편 23편에 “나의 잔이 넘치나이다”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공급하심과 사랑과 은총이 넘침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때로 문맥을 따라 읽을 때, 즉 수사학적으로 이해하면 전혀 반대의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즉, 부정적인 이미지로서의 “잔”이다.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악하고 패역한 백성을 취하게 하심으로 벌하시는 분이다. “잔의 소득”을 이해하려면 7절의 문맥을 이해하여야 한다. 하나님께서 악인에게 그물을 던지시는데, 세 가지를 그물로 사용하시고 있다. 그것이 곧 그들의 잔의 소득, 심판이 몫이 된다. 그 세 가지는 불과 유황과 태우는 바람이다. “불”은 모든 것을 불살라 재로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심판의 표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황”은 불로 심판할 때, 아주 극심한 죄에 대한 분노의 표출로 나타나는 두려움과 공포의 심판으로 불보다 더 두려움을 드러내는 것으로, 소돔과 고모라에 내렸던 심판의 영상을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죄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오염에 대한 소각과 정화를 위하여 내리는 심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태우는 바람”은 팔레스타인에 과도기적 계절에 일어나는 기후적 특징인 시로코(sirocco)로 사막의 열풍을 이르는 말이다. 이것은 주로 아라비아사막에서 건조한 열기와 함께 사막의 모래진을 실어 오는 바람이다. 이스라엘에서는 이 바람을 “샤라브‘라고 부르며, 아랍 지역에서는 ’함심‘이라고 부른다. 이 바람이 한번 불기 시작하면 4-5일 내지 일주일간 계속 분다. 우기가 끝나는 계절에 부는 시로코는 매우 파괴적이어서 일단 바람이 불어오게 되면, 순식간에 모이든 식물이 말라버린다. 그래서 녹색의 풀밭이 하룻밤 사이에 황량한 벌판으로 바뀌게 된다. 성경은 이를 종종 ’동풍‘으로 표현한다. 이 바람은 모든 것을 말리는 바람으로 시인은 이 바람을 심판의 메타포로 사용한 것이다. 결국 ‘잔의 소득’은 대적자가 받은 몫을 말함이며, 불, 유황, 태우는 바람이 대적자의 몫이라는 말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14:4 “떡 먹듯이 내 백성을 먹는 자”

크레이기는 본 절에 대하여 <어리석은 자들은 “떡을 먹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떡을 먹었다”그리고 그들은 하나님을 부르지 않았다.

그들은 “사람이 떡으로만 살지 못한다(신 8:3)”는 모세의 지혜와는 전적으로 무관했다. 따라서 그들은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에 의해 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나님을 부르지 않았으므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가 없었고, 따라서 응답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주석을 하였으나, 문제는 본 절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의 섭취가 초점이 아니라 ‘내 백성을 먹는 행위’가 초점이다. 크라우스는 이 행위를 모빙켈이나 비르켈란트 같은 학자들의 입장을 따라서 마법과 비술을 통해 가난한 자를 파멸시키려는 마법사들을 대적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즉, 신화적인 일에 관여하는 사람으로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너무 통시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다가 본문에서 멀어진 느낌을 갖게 한다. 악한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부패한 지도자들이 주님의 백성들을 자기 양식처럼 먹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즉, 수탈과 억압으로 자신의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자들을 나타내는 은유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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