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13대 총장, 명예교수

V. 구약의 계시매체(啓示媒體)

지금까지는 하나님의 자기 현현, 즉 자신을 계시하는 양식을 설명해 왔다. 이것은 하나님의 계시 양태 중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 외에 구약에서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신의 뜻이나 섭리, 그리고 인간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알리실 때 어떠한 계시 매체가 쓰이고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1. 꿈(dream)

성서에서는 꿈을 통해 결정적 사건들이 인간들에게 계시 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하나님은 한 개인의 위기를 꿈으로 넘어가게 도우시고(창 20:6), 야곱 족장에게는 꿈을 통해 족장 전승의 언약을 재확인하는 큰 일을 나타내셨다(창 28:13-15). 한 개인의 일생의 과정을 꿈으로 미리 알리시고(창 37:6-20), 한 나라의 장래 문제가 꿈으로 알려졌다. (창 40장-42장). 위대한 솔로몬의 지혜도 기브온 산당에서 일천번제(一天燔祭)를 드린 후 꿈에 야웨께서 나타나 지혜와 총명의 마음을 주고 부(富)와 영광을 주심으로 된다(왕상 3:4-15). 온 세계 제국의 흥망성쇠와 종말에 관한 예언도 결국 꿈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나타내었다(단 2장). 예수님의 탄생과 아기 예수의 거처 문제도 꿈속에서 계시가 있어 행해졌다(마 2:12, 22).

상상이 풍부했던 고대인들에게는 꿈이 신비스럽고 암시적인 성격을 띄었고, 전율적인 신비(mysterium tremendum)를 체험하는 도구가 되었다. 현대 심리학자들은 꿈을 꿈꾸는 자의 의식이 모두 표출되는 것이라고 말하여, 꿈을 잠재의식이 무의식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구약시대의 히브리인들에게는 이런 것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들은 꿈은 초자연적 존재(객관자)가 가져다주는 현상으로 생각했다. 즉, 꿈이나 환상 같은 주관적 현상을 객관적 현상으로 생각했다.

2. 환상 (Vison)

구약의 계시 매체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예언자들의 체험에서 황홀경과 연관 되어 나타나는 환상(Vision)이다. 환상에는 대개 청취(Auditions)가 뒤따른다.

구약에서는 환상을 “이상(異常) 중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야웨 하나님이 자신을 아브라함에게 나타내실 때, 확신의 보증을 주시며, 계약을 맺는 의식을 계시하시며, 후손의 번성과 가나안땅의 언약을 허락하신다(창 15:1-9). 화이틀리(C. F. Whitely)는 마므레 상수리나무 옆에서 아브라함에게 나타났던 세 사람의 사건들과(창 18:1, 2), 롯이 소돔에서 천사를 만난 것(창 19장), 하갈이 광야에서 천사를 만난 이야기(창 21:17f) 들도 환상을 통한 것으로 해석했다. 고린도후서 12:1에서 바울은 주의 환상과 계시를 말하리라 했고, 사도행전에는 환상으로 주의 사자들이 인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난다(행 9:10, 10:3, 11:5, 12:9, 16:9, 18:9).

환상은 인간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어떤 보이지 않는 자의 음성을 듣는 경험, 또는 어떤 대상을 정상적인 것으로 보는 경험 (환상과 청취)을 말한다. 히브리인들은 음성이 들리고 물건이 보이고 하는 것들을 야웨 같은 초자연적인 능력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했다. 예레미야가 아합의 궁전 예언자들의 환상에 대해서, 그들이 자신의 마음의 환상을 보았다고 설명하여 반박하였음을 볼 때, 오늘날 심리학자들의 설명을 의식적으로 배격했음을 보게 된다.

3. 제비뽑기

고대 근동이나 동양에서는 자연 현상이나 어느 물체의 변화 상태를 보고 예언을 하는 일이 많았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하나의 사건은 우연적 발생이 아니라 두 사건이 결합 되는 전체의 부분으로 본다. 예를 들면, 여우가 어느 도시에 배회하면 그 도시는 멸망 당할 것이라 보기도 한다. 또, 희생 동물의 내장 상태(extispicy)나 동물의 간장을 살피거나(hepato scopy)하여 신의 뜻을 알고, 분향단으로 떠오르는 연기를 관찰하여 그 변화 형태에 따라 예언을 하는 것이 있었다.

구약에서는 제비뽑기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한 예가 있다. 대속죄일에 두 염소를 취하여 제비를 뽑아 하나는 하나님을 위해, 다른 하나는 아사셀을 위하여 구분된다. 이때는 작은 돌이나 조약돌과 비슷한 것(goralim)으로 했던 것 같다 (레16:8, 잠 16:33). 그것들은 궤(Ark)라는 거룩한 상자에 들어 있던 것으로 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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