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촌초등학교 부장교사,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얼마 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5차례에 걸친 대국은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인간 과 로봇의 정면승부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쥐며 그 경과를 지켜보았다. 4 대 1, 결과적으로는 인공지능이 승리하였지만 침착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는  이세돌 9단을 바라보며 모두 따뜻한 응원의 마음을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이처럼 과학의 발달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더 이상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된 것이 사실이다. 지식은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얼마든지 컴퓨터를 통해 찾아낼 수 있고, 어려운 수식도 컴퓨터의 간단한 조작만으로 거뜬히 풀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학교에서 배울 내용은 이미 몇 달, 아니 몇 년 전부터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배워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초등학생도 밤늦도록 학원을 전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곧 있으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홈 스쿨링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교육을 인정받는 제도)이 일반화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그렇다면, 미래사회에 학교의 역할은 유명무실하게 되고, 교사마저 존폐 위기에 설 가능성이 있지는 않을까? 이 물음에 필자는 과감히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다. 물론 교육의 도구로서 IT는 분명히 크게 진화할 것이며, IT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이 공교육에까지 보편화 될 것이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거꾸로 교실(flipped learning)이다. 거꾸로 교실이란 지금까지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 즉교사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교수-학습의 틀을 과감히 버리고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을 주도하게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미국의 화학 교사 존 버그만에 의해 시작된 이 교육법은, 학생들이 동영상 강의로 미리 예습을 하고 온 뒤 교실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학습 내용을 내면화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거꾸로 교실은 교사와 학생들이 각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 둘이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최상의 학습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장점이 있다. 교사는 같은 내용을 수없이 반복할 필요가 없으며, 지식 전달의 시간을 절약하게 되어 남는 시간은 학생들을 1 대 1로 수준별 교육이 가능하게 된다. 학생들 또한 이미 스스로 그날 배울 내용을 공부해 오기 때문에 학교 수업 시간을 통해 마음껏 토의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언제든 교사에게 질문할 수 있다. 토론, 발표, 실습 등 다양한 형태로 공부할 수 있으니, 단순 암기보다 학습 효율성도 높아지게 된다. 이 방식은 학생으로 하여금 자기주도 학습의 실현에 자연스러운 동기부여를 해 줄 뿐만 아니라, 사고력과 논리력, 창의력까지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계의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속속 거꾸로 교실을 적용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와 같이 IT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이나 거꾸로 교실이 도입됨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은 오히려 더욱 중요시 된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인공지능이 표면적으로 사람의 능력을 앞서게 되더라도 학생들의 상황과 감정을 읽고 그 순간순간 지혜롭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교사의 역할은 결코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학생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교사만이 미래의 교육 패러다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 연재는 계속됩니다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