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행인을 폭행한 혐의로 법원에서 수강명령을 받아 필자에게 상담이 의뢰된 학생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 묻자 ‘그 자식이 쳐다보잖아요. 기분 나쁘게’ 라고 하였다. 그냥 쳐다보는 게 기분 나빠서 중상을 입도록 때렸던 것이다. 이러한 폭력 사건뿐 아니라 최근에 급증한 아동학대 및 살인 사건, 도로에서의 보복운전 등은 분노를 통제하지 못함으로 생긴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한 세대 전에 비해 훨씬 더 부유해졌다. 그렇지만 물질만능주의와 성공지향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결핍감,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좌절 등을 느끼고, 이러한 부정적 정서들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생긴 분노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런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분노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와 맞물리면서 드러나거나 더 확대되어진다. 즉 성장과정에서 부모나 주 양육자로부터 애정이나 적절한 돌봄의 결핍, 정서적인 유기 등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부정적이 되어지고,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 무엇보다 사람을 가장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폭력적인 말이다.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잠15:1)라고 성서는 말하고 있다. 성장과정에서 폭력적인 말을 듣고 성장한 사람들은 우울하거나, 공격적이거나, 부정적이 되기 쉽고 또한 자존감이 낮고 쉽게 화내는 행동유형을 갖고 있다.
이렇듯 분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사회공동체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분노를 그대로 드러내기는 어렵기 때문에 ‘방어기제(mechanisms)’ 즉 분노를 내면에 넣어 두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억압’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억압된 분노는 없어지는 것이 아닌 언제든지 튀어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용수철과 같아서 기회만 되면 외부세계로 튀어나오는 데 이럴 때의 분노는 억압의 강도와 시간에 비례하여 제어가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화가 된다. 필자가 만난 학생이나 아동관련 사건 그리고 도로에서의 보복운전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잦은 분노는 이성까지도 마비시킨다. 이성이 작용할 때는 어느 정도 분노를 조절할 수도 있고 분을 낸 이후에는 죄책감이나 후회를 경험한다. 그러나 잦은 분노는 자신을 합리화시킴으로 죄책감도 마비시키고, 공감도 할 수 없으며, 더 작은 일에 더 크게 분노하는 패턴을 만든다. 이러한 분노의 결과는 분노에 집어삼킴을 당함으로 한 개인과 가족들의 삶이 철저히 파괴되는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화나는 일이 있을 때 무조건 참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성경은 해가 지기까지 화를 품지 말라고 하였다. 이것은 심리학적 관점에서 ‘억압’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억압은 통제할 수 없는 더 큰 분노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분노를 적절하게 다스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화가 났을 때 참지 말고 적절히 드러내서 안으로 쌓아놓지 않아야 한다. 프로이드라는 심리학자는 내면의 들 끊는 부정적인 정서들을 쏟아내는 방법으로 ‘자유연상’을 사용하였다. ‘기도’는 ‘자유연상’과 같아서 화를 드러내서 처리하는데 매우 적절하다. 하나님께 자신의 온갖 감정을 솔직하게 다 토설할 때 심리적인 후련함과 평안함이 찾아오고, 또한 불같이 끓어오르던 감정을 쏟아내고 나면 자신과 자신에게 해를 끼친 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분석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기도를 통해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연약하고 제한적인 사람들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어느 정도 상대방에 대한 용서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용서는 분노를 다스리는 최고의 방법이다. 즉 우리는 진솔한 기도를 통해서 예수님의 용서를 배워가고, 내면에 쌓아놓았던 분노를 적절히 다스림으로 영혼과 삶을 구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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