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현대인의 삶 속에는 여러 형태의 가치관과 다양한 삶의 양태가 존재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 그 ‘다름’의 가치관으로 인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목적과 동시에 서로의 지향점이 다르게 전개된다. 이처럼 삶의 여러 모습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게 해 주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의 가치는 또 다른 문제점을 드러낸다. ‘서로 다름’을 인정해 주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거나 제시할 때,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정확한 기준을 말하기에 애매해질 수 있게 된다. 소위 상대주의가 그런 것이다. 

상대주의는 ‘서로 다름’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상으로 형성된 가치관이기 때문에 무조건 ‘다름’을 인정해 주면 하나의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상대주의는 다양한 가치관을 수용해주는 형태를 지닌 동시에 무조건 다름을 인정해 주면 정확한 기준점이 모호해진다는 단점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상대주의 가치관이 팽배해지면 어떤 대상이나 사물을 보고 판단할 때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들이 생겨날 수 있다. 물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하나의 기준을 정하고, 또 그 정확한 기준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을 듣고 경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이들 사이에서의 균형감각은 소통이나 대화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어떤 대상이나 사물에 대해 보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생각으로 그 대상을 판단하고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대상을 보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대상 ‘그 자체’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우리들이 가진 가치관이 더해져서 다양한 해석이 등장할 수 있다. 사실 대상에 대해 ‘그 자체’의 가치를 보고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편의 작품이나 미술 작품을 읽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그 작품에서 던져주는 ‘그 자체’의 메시지나 함의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자체에 대한 의미보다 해석자의 지나친 주관이나 생각을 더 해서 작품을 해석하고 판단하면 ‘그 자체’에 대한 가치와 의미가 퇴색되기 쉽다. 그래서 어떤 대상을 이해하고 파악하는 과정에서 그 자체에 대한 이해와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인들에게 ‘그 자체’에 대한 중요성을 대신해주는 새로운 용어 ‘그 잡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사랑 그 잡채, 나의 멋진 그 잡채 등의 말을 사용한다. 그 잡채, 그 자체라는 뜻으로서 그 잡채와 발음이 비슷해서 생겨난 말이다. 그렇다고 음식 잡채와는 상관이 없이 요즘 등장한 신조어이다. 

그 잡채, 발음이 유사하고 빨리 귀에 익어질 수 있는 말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농담이 섞여 있는 장난처럼 들리는 말이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그 잡채, 그 자체와 비슷하게 들린다. 사람들은 의미 그 잡채, 소중함 그 잡채라고 인터넷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다. 
언제부터 이 말이 사용되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오늘 우리에게 ‘그 자체’의 가치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신조어이다. 어쩌면 그 잡채, 이 말이 그 자체라는 말보다 더욱 전파력이 빠를 수 있어서 사람들에게 많이 이용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서 점점 신조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단순히 언어의 새로운 생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대변해주는 듯하다. 단어가 너무 어렵지도 않고, 때론 늘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용어들을 통해 새로운 신조어가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쉽게 무언가를 만들고 파생시켜 나가는 문화적 현상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들은 ‘그 자체’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찾아보기란 힘들다. 여러 다양한 문화들이 만나는 곳에서 그 자체의 가치와 의미가 퇴색되고 오히려 그 자체에서 얻어질 수 있는 본래적이고 근본적인 의미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여러 다양한 가치관들로 형성된 외형적인 가치와 해석들이 팽배해진다면, 우리 사회는 소중하고 본래적인 가치들을 잃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본래적인 것, 원래부터 존재해 왔던 ‘그 자체’에 대한 것들이 소중해지는 그런 세상이 만연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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