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궁 목사(D.Min) (많은샘교회 담임, 미국 루터신대(LTSP) 졸업)

9세기말, 교황이 이탈리아 영유권 분쟁에 개입하면서, 로마의 지배자에 따라 교황이 교체됩니다. 당연히 교황권이 약화됩니다.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면 생기는 문제입니다. 단지 정치 또는 권력만이 아니라 재물과 성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으면 종교는 부패하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재산이 많던 교황 요한 8세(John VIII, 872~882)는 자신의 재산을 노린 친척들에 의해 독살당합니다. 하지만 그가 빨리 죽지 않자 망치로 머리를 가격 당하여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합니다. 또 정치적 관계에 얽힌 포르모소(Formosus, 891~896) 교황은 정치적으로 반대편인 후임 교황에 의해 그의 사체가 파내어지고 유죄판결을 받은 후 강 속에 던져집니다. 그리고 다음 교황에 가서는 무흠 선언을 받아 다시 매장되는 촌극도 벌어집니다.

문제는 교황 세르지오 3세(Sergius III, 904~911)와 마로치아의 불륜관계입니다. 이로 인해 도색정치(pornocracy)가 시작됩니다. 로마의 유력한 정치가인 테오필락투스 백작과 그의 부인 테오도라, 그리고 딸 마로치아(Marozia)가 육체관계를 매개로 하여 관직, 권력, 토지를 소유합니다. 도색정치는 특히 딸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이견도 있지만 마로치아는 세르지오 3세와의 사이에서 아들이 있습니다. 적어도 마로치아는 알베리크(Alberic) 1세와 혼인하여 세르지오 3세와는 관계가 끊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마로치아는 알베리크 1세가 죽자 프로방스의 후고(Hugh)와 결혼을 강행합니다. 교황 요한 10세는 이 재혼을 반대하다 그녀에 의해 감금되고 살해됩니다. 요한 10세의 후임으로 교황 레오 6세와 교황 스테파노 7세가 차례로 선출되지만 이들은 단지 마로치아의 꼭두각시에 불과합니다. 또한 세르지오와의 관계에서 태어난 아들이 20세가 되기 전 요한 11세(John XI, 931~935) 교황으로 즉위합니다. 문제는 당시 규정에서 교황은 최소 30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도 무시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요한11세의 이복동생인 알베리크 2세가 모친을 제거하고 요한 11세도 축출합니다. 그리고 마리노 2세(Mannus II, 942~946)를 교황으로 세웁니다. 훗날 자신이 죽으면서 아가피토 2세(Agapetus II, 946~955)에게 자신의 아들 옥타비아누스가 그의 후계자가 될 것을 약속받습니다. 일 년 후, 아가피토가 죽게 되자 옥타비아누스는 16세에 요한 12세(John XII, 955~964) 교황이 됩니다. 결국 마로치아의 애인과 아들, 그리고 손자까지 교황이 됩니다. 이 손자는 요한 11세보다 더 어린 나이에 교황으로 추대되었으며 사탄을 경배하는 자로 알려집니다. 사생활도 방탕합니다. 그래서 10년 동안 교황이지만 신실한 교황은 아니며 부패와 불륜으로 평가됩니다.

이에 따라 지지기반이 약해지자 요한 12세는 이탈리아의 지배자인 베렝가르 2세(Berehgar II)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독일의 오토대제(Otto I, 962~973)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래서 오토 1세는 961년 이탈리아를 침공합니다. 그리고 교황을 정치적으로 구원합니다. 교황은 오토에게 962년, 황제의 관을 씌워 줍니다. 우리가 아는 신성로마제국의 탄생입니다. 정치적 구원에 따른 보답일까요? 아니면 오토가 이를 위해 교황을 도운 것일까요? 하지만 결국 오토도 교황청의 타락에 실망하여 요한 12세 대신 평신도 출신 레오 8세(Leo VIII, 936~965)를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합니다. 드디어 도색정치의 막이 내립니다.

오토 이후 성직은 정치적 고려에서 따라 임명되기 시작합니다. 그 가운데 시민들에 의해 쫓겨났던 베네딕토 9세가 실베스테르 3세를 밀어내고 교황 자리로 복귀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대부인 그라시아누스(John Gratian)에게 돈을 받고 교황을 양위합니다. 그가 그레고리오 6세(Gregory VI, 1045~1046)입니다. 분명 이 행위는 성직매매(Simony)입니다. 그래서 정통성을 내세우며 3명이 서로 자신이 교황이라 주장하게 됩니다. 혼란의 끝은 아직 멉니다.

사진= 세르지오 3세, 기고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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