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사(예수비전성결교회)

예전에 지방의 한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할 때의 일입니다. 저를 보러 여러 목사님들이 찾아오셨고 함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총회 대의원 나가려고 욕심을 부리는 목회자들의 행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방송되는 영상을 보면 발언하는 대의원들은 극소수입니다. 대다수의 대의원들은 그 긴 시간 동안 앉아서 회무에 참석하거나 표결할 때 손을 드는 정도의 역할을 합니다. 물론 그것이 중요하기는 합니다. 총회에서 어떻게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교단의 향방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총회 대의원이 되려고 하는 목회자들 사이의 경쟁이 생각보다 과하다는 점입니다. 대의원이 되려면 보통 투표를 합니다. 목사 몇 사람, 장로 몇 사람에 표시를 하고 그것을 총정리 해서 표가 많이 나온 사람 순으로 대의원이 됩니다. 세례교인 수가 많은 지방회는 많은 대의원들이 선출되고 세례교인 수가 적은 지방회는 적은 대의원들이 선출되지만 어느 지방회든 대의원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에 비해 대의원 자리가 적기에 과열이 되곤 하는 것입니다.

거기까진 그러려니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갑갑한 것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그룹 멤머들이 대의원이 되고 다른 사람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꼼수까지 쓴다는 점입니다. 규모가 있는 교회는 담임목사와 부목사들과 장로들의 표가 있기에 유리하고 그런 큰 교회 목사님들 몇몇이 의기투합하면 대의원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반대로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또 자신들끼리 연합해서 움직이기도 합니다. 좋습니다. 여기까지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그룹의 멤버에게 표를 주고 그 외에는 빈 공간으로 남겨놓기도 한다는 것은 영 아니란 생각입니다. 자기편 외의 다른 사람에게 표가 가는 것을 원천봉쇄하는 것입니다. 그냥 자기 그룹 멤버가 아니라 해도 지방회를 위해 헌신하거나 어려운 교회들을 잘 돌보거나 목회를 참 열심히 하거나 진실하면 표를 줄 수도 있는 것 아닌지요? 교회나 교단이 세 싸움 하는 집단으로 몰락시키는 치졸한 행태입니다.

목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충격적인 내용도 있었습니다. 분명히 총회 대의원에 나갈 만큼 표가 나오고 매년 대의원으로 나가는 목사님들 가운데 표가 가장 많이 나왔느냐 아니면 두 번째로 많이 나왔느냐 하는 것으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즉 지방회 내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표가 더 많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 자존심 상해하는 것입니다. 총회 대의원 나가는 것이 초딩이나 중딩들 인기투표 수준인가 봅니다.

이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올리면 싫어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압니다. 저를 향해 “자기 혼자만 깨끗한 척하네”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높아지고요. 그러나 지방회 내에서 목사님들이 그렇게 노골적으로 명예욕을 드러내면 지방회에 같이 참석 중인 장로님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그분들이 교회에 가서 정말 섬김의 자리에 머물며 다른 성도들의 발을 씻어줄 수 있을까요?

잠시 있다 없어지는 안개 같은 명예욕 때문에 우리가 영원히 살아야 할 천국에 갔을 때 주님 앞에 책망을 듣는다면 도대체 뭐가 남는 걸까요? 차라리 사람들에게 인정 덜 받고 듣보잡으로 지내더라도 주님께 칭찬받는 삶을 산다면 그게 더 유익이 아닐까요? 제가 볼 때 주님 앞에 혼날 사람들이 참 많이 보입니다(저를 뺀 것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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