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나 박사(예명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세상을 바라보면 불확실성과 혼란이 가득해 보인다. 그러나 신학적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은 창조 이후 단 한 순간도 그분의 섭리를 멈추신 적이 없다. 존 칼빈은 "하나님의 섭리는 매 순간 역사하며, 피조물의 생명과 운행을 지탱하신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하나님이 단순히 초월적인 존재로만 머무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세계의 흐름 속에서 적극적으로 일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그분의 일을 이루신다. 성경 전반에 걸쳐 하나님은 인간과 관계를 맺고, 그들을 통해 역사를 이끄시는 모습이 나타난다.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믿음의 조상으로 삼으셨고(창 12:1-3), 출애굽기에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을 이끄셨다(출 3:10).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셨으며, 사도들을 통해 교회를 세우셨다. 이러한 사례들은 하나님이 인간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어 가신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하나님은 자신의 뜻을 인간에게 나타내시는 방식이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성경, 기도, 환경, 그리고 교회를 통한 계시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뜻이 기록된 객관적인 계시이며, 기도는 그 뜻을 깨닫고 응답하는 과정이다. 어거스틴은 "성경을 읽는 것은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과 같다"고 했으며, 개혁신학에서는 성경을 '하나님의 특별계시'로 규정하고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한다. 또한 하나님은 개인의 삶의 환경과 교회를 통해 말씀하시며, 이를 통해 사람을 특정한 방향으로 인도하신다. 초대 교회에서도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사도들이 복음을 전한 사례가 많다(행 16:9-10).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은 종종 인간의 믿음을 시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기존의 익숙한 삶을 떠나 새로운 길로 나아가도록 요구한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고향을 떠났고, 모세는 안정된 삶을 뒤로하고 애굽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사명을 맡았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어부에서 복음의 전파자로 변화되었다. 마틴 루터는 "믿음은 불확실한 곳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이라고 말하며, 믿음이 도전적인 결단을 요구함을 강조했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과정에서는 반드시 삶의 조정이 필요하다. 인간은 본래 자신의 계획과 목적을 따라 살기를 원하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종종 그것과 충돌한다. 따라서 하나님의 뜻에 맞추어 자신의 삶을 조정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순종은 필수적이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참된 제자는 값싼 은혜가 아닌, 삶을 바치는 순종을 통해 하나님을 따른다"라고 말했다. 순종은 단순한 행동이 아니라, 하나님을 깊이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은 단순히 개인의 결단에 그치지 않고, 하나님이 그 결단을 통해 직접 역사하시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하나님은 인간의 순종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시며, 순종한 자들은 그 과정 속에서 살아 계신 하나님을 경험하게 된다. 이사야 선지자는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네 생각은 내 생각과 다르며, 네 길은 내 길과 다르다"(사 55:8)라고 기록하며, 하나님의 계획이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계획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가운데 그분의 살아계심을 체험하게 된다. 오늘날에도 하나님은 인간의 삶 속에서 역사하고 계신다. 하나님은 성경과 기도를 통해 말씀하시고, 환경과 교회를 통해 인도하신다. 또한 믿음의 도전을 요구하시며, 그 도전 속에서 순종하는 자들에게 자신의 계획을 이루어 가신다. 성경의 인물들이 하나님을 경험했던 것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도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다. 결국 신앙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적인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하나님은 지금도 일하고 계시며,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자들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어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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