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인 도착(倒着)의 원인은 지배종교의 부재

역사를 통해 종교가 강할 때 그 나라의 문화가 융성해 지고
종교가 부패할 때 그 민족의 힘과 문화는 사그라지고 만다

한국교회의 종교적 상황

 2006년 5월 26일에 통계청의 발표에서 2005년 인구 주택 총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4,728만 명이며 이 중 2,497만 명이 종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약53.1%가 종교를 믿고 있는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불교 인구는 1천72만6천463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22.8%이며 기독교 인구는 861만6천명으로 18.3%, 천주교는 514만 6천명으로 10.9%, 원불교는 13만명으로 0.5%, 유교는 10만5천명으로(0.2%) 기타가 0.5%, 종교가 없다고 밝힌 응답자는 2,207만명으로 46.9%에 이르고 있다.

 여기서 기타라 함은 거의 신흥종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천도교, 대종교, 원불교도 신흥종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의 종교 인구를 2,497만 이라고 한다.

 한국의 종교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53.1%이다. 그러므로 나머지 한국인구의 46.9%가 무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무종교인(無宗敎人)은 대개 무교(巫敎)를 믿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한국의 종교 부재로 나타나는 정신적인 공백을 가져오는 기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오늘날 한국에는 기독교, 불교, 유교와 같은 기성 종교와 신흥종교라고 하는 천도교, 원불교, 동방교, 전도관 등이 있고, 무당 종교라든가, 정감록을 믿는다든가, 토정비결을 본다든가, 점을 친다든가 하는 등의 민간신앙이 있다. 한국의 종교는 상당히 재미있는 체질을 갖고 있다. 한국의 역사는 종교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문화사도 종교의 문화사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삼국시대 이전에는 무당종교(Shamanism)적인 주술적 원시 종교가 모든 사람들의 생활과 정신을 지배하는 역할을 해 왔으며, 삼국시대의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 고려에 이르기까지는 불교가 1천년동안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지배해 왔다. 불국사를 중심해서 고려 대장경을 위시한 여러 사원과 문화적인 것들이 많이 나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후 조선 5백년 동안은 유교가 지배종교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와 삼강오륜(三綱五倫)의 기치를 높이 들고 정치를 해왔으며, 백성의 도의를 다스리고 또한 여러 가지 전통을 만들어 왔다. 조선은 사실 유교 문화를 건설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다가 동방으로부터 서구의 문명을 들여오기 시작할 때에 천주교(天主敎)가 들어오게 되었다. 그 후에 동학(東學)이 일어나게 되었고, 또 그 후에 개신교(改信敎)가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나 1895년 갑오경장이 일어난 후로 유교(儒敎)는 무너지게 되었다.

 결국 유교는 종교로서의 그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었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한국에는 기성종교, 신흥종교, 민간종교라고하는 3가지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샤머니즘(巫敎)이 고대 사회를 지배했던 것처럼 또한 삼국시대부터 고려에 이르기까지는 불교가 문화 창조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와서는 유교가 문화창조의 힘이 되었고,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철학이요, 또한 윤리의 강령이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는 그와 같은 지배종교, 다시 말하면 국민 전체의 정신을 하나로 묶어 줄 수 있고, 단결시킬 수 있으며,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지배종교가 없어지게 되었다. 지배종교의 부재(不在), 이것이 오늘 한국의 종교적인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오늘날 유교는 벌써 종교적인 기능을 잃어버렸으며, 불교는 많은 지원을 받으며 발전을 위한 개혁을 시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산중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또한 지도자의 육성이나 역사의 안목이나 사회의 안목이 없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종교적 공백기에 있어서 힘이 있는 것은 단연 기독교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는 8백만 또는 9백만의 교세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가장 생동력을 가지고 있는 종교는 기독교라고 말할 수 있다.

 기독교 인구는 2005년 11월 1일 현재 861만6천명으로 그 동안 한국교회가 주장하고 있는‘1천2백만명'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아직도 기독교는 한국에서 소수자의 종교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 역사가 짧아서 아직도 믿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저항을 받고 있다. 특히 기독교는 외래 종교로서 오해와 냉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 있지만 기독교는 미래의 지배 종교로서 새로운 정신과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많이 보이고 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종교가 강할 때 그 나라의 문화가 융성하고, 종교가 약해지고 부패할 때에는 그 나라의 민족문화는 떨어지고 그 민족의 힘은 사그라지고 마는 것을 볼 수 있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종교는 문화의 실체요 문화는 종교의 표현이다."라고 갈파하였다. 다시 말하면 종교는 문화의 어머니이며, 문화는 종교의 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종교와 문화는 어머니와 딸과 같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종교가 없이는 건전한 창조적인 문화를 창조할 수 없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종교 없이 창조된 문화가 없다. 하나 있다고 하면 소련이라고 할 수 있다. 소련 공산주의는 종교를 전적으로 반대하면서도 만든 비종교적 문화이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하나의 정치적인 신흥종교로서 국민들에게 절대복종을 강요하였다. 그러나 오늘 날 공산주의는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점으로 보아서 소련도 역시 가짜 종교이긴 하였지만 정치 종교를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소련은 종교 아닌 것을 종교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1991년에 고르바초프에 의하여 소련의 15개 공화국의 분리 독립이 선언되면서 1917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70여 년간 지속된 정치 종교는 무너진 것이다. 종교는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서 문화의 기반이 된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서 잘 알 수있다.

 오늘날 한국의 종교적 상황은 지배종교의 부재라는 매우 불행한 상태에 놓여 있다. 지배종교가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면 사회철학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은 모든 사람들이 사회에서 살아갈 때에 하나로 뭉치고 하나의 방향으로, 하나의 행동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공통의 사회적 이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종교가 문화 창조적이라고 한다면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 있어 산업화, 도시화는 있었지만 진정한 문화의 창조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오늘 날 한국에서 홍수 사태가 되고 있는 여러 가지 가치관의 혼란과 정신적인 도착(倒着)의 원천적인 원인은 지배종교의 부재에 기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종교사에서 볼 때 기독교가 한국 지배종교의 형성 과정에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른 종교들은 어떤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기독교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가 없다. 오늘도 하나님의 높은 섭리 가운데 기독교는 힘차게 자라가고 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라가고 있다. 일제 지배를 통해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북한 공산당 밑에서 이름없는 기독교인들이 갖은 박해와 핍박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오고 왔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지하에 숨어 있는 수많은 신앙의 동지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6.25때 많은 선배들과 동지들과 형제자매들이 죽었다. 많은 교회들이 잿더미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위대한 한국교회는 살아남았다. 잿더미 속에서 오늘의 놀라운 교세를 확장해 왔다. 정말 한국에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교회가 가장 소망의 근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우창준 목사
연희제일교회 목사
총회 헌법연구위원회 위원장
서울신학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 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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