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응 집사
브리앙산업(주)CEO
전 극동방송진행자

  종종 말로 인해 곤혹을 치를 때가 있다. 순수한 의도에서 한 말이 왜곡되어 오해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말로 인한 낭패는 상대를 충분히 배려하지 않을 때 생긴다. 부부나 회사동료, 이웃, 친구 등 말은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말한마디 때문에 서로가 상처입고 절망하고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귀한 회식자리에 초대받아 식사할 때였다. 하필 첫 술을 뜬 밥에서 돌이 씹혔다. 삼키자니 찜찜하고 뱉어내기도 민망한 일이었다. 조심스레 화장실에 가는 척 하고 나와 처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일상적인 식사자리였더라면 그 자리에서 수습했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

우리가 늘 하는 말도 이와 같지 않을까. 어려운 상대에게는 편안하게 말하기보다 정중함이 지나쳐 포장된 말을 하기도 한다. 신중하게 말을 아낀 나머지 과묵해 보이기까지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가깝고 편안한 사람에게는 어떠한가. 배려의 미덕을 상대방에 전가할 때가 더 많지 않은가. 굳이 득 될 일이 없는 말을 하는가 하면, 한번 쯤 되새겨 보고 말했으면 좋았을 말을 생각 없이 내뱉어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가는 말이 험해야 오늘 말이 곱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상처가 많은 사람일수록 공격적이고 독이 되는 말을 많이 한다. 말은 그 사람의 얼굴이자 인격이다. 귀한 사람에게는 고상한 말만 골라 치장하고, 편하고 격의 없는 이에게는 무시하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내 인격에 돌을 뿌리는 행위다.

 소통을 뜻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어원은 ‘알게 하다 Communicar' 라는 라틴어라고 한다. 소통의 기본은 대화, 즉 말이다. 어떻게 어떤 말로 상대에게 나를 알게 하고 전할까. 밥을 먹다 돌을 씹으면 삼키지 않고 뱉는 것이 당연지사다. 음식도 몸에 좋은 것만 골라먹는다. 우리가 밥 안의 돌을 고르고 몸에 좋은 음식을 찾듯, 말을 고르고 다듬는 습관을 갖는다면 상대와 나는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지금보다 더 깊고 성숙한 관계로 나갈 것이다.

 또 대화는 ‘서로의 긍정적인 힘(Power)이 이동하는 것’이다. 나의 긍정적인 힘이 상대에게 닿게 하려면, 비록 상대가 불합리한 말을 하더라도 나는 100% 믿음과 신뢰로 만나야 상대를 감동하게 하고 대화의 결실도 맺을 수 있게 된다. 진실한 말은 상대를 거절하는 NO에서 관계를 유지하는 ON으로 바꾼다.

 말(馬)을 잘 길들이면 먼 길을 편안하게 갈 수 있듯이, 말을 잘 다루면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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