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역사와 규모에 맞는 역할 기대
한국 사회는 종교다원주의의 전형적인 모습 보여
한국의 기독교, 정치·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한국 기독교의 현실
현대는 종교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신학과 선교의 논쟁이 되는 주제는 종교다원주의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오래전에 다종교 사회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종교 간의 공존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어떤 정치 지도자의 장례식에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종교예식이 혼합되어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고 있다.
한국의 많은 가정의 가족들은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다. 차례(茶禮)나 장례식, 조상의 제사 때가 오면 어떤 종교 의식으로 치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종교적 교리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느끼면서도 가족이 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의 가정은 다양한 종교적 교리를 담아도 흩어지지 않게 몽땅 한 곳에 싸는 보자기와 같다. 이렇게 하여 가족으로서의 동질성을 찾고 교리 체계의 다양성을 조화시키는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한국인의 종교에 대한 태도는 한국인의 개인생활에 여러가지 종교적 세계관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종교적 행동은 자기 생활 문제의 해답과 해결로써 또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생의 의미를 찾는다. 한국은 이렇게 다종교 사회를 이루고 있어 현대 한국 사회는 종교다원주의 시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 종교다원주의 시대란 종교가 하나 이거나 또는 여러 종교들이 있는 가운데 한 종교가 주도하는 시대가 아닌 사회, 곧 지배종교가 없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적 종교 현상의 특성에 관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한국의 다종교상황에 대해 그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변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 종교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서 오늘날 한국 기독교는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천주교, 둘째는 대교파교회(성결교,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기독교대한 하나님의 성회, 성공회, 구세군 등), 셋째는 소교파(오순절교회, 루터교, 나사렛성결교회, 그리스도교회, 재건교회 등), 넷째는 신흥종교(기독교 계통의 신흥종교들은 한국에는 약 40여개 정도가 있다)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1783년에 북경에 가서 영세를 받고 돌아온 이승훈이 명동에서 처음으로 천주교 활동을 시작하므로 우리나라에 천주교가 처음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천주교는 여러 차례 모진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끈질기게 자신들의 믿음을 지킴으로써 오늘날 놀라운 교세를 확립하게 되었다. 2006년 5월 26일에 통계청의 발표에서 2005년 인구 주택 총 조사에 의하면 천주교는 514만6천명으로 전체 인구대비 10.9%에 이르고 있다. 개신교 인구가 10년 만에 1.6%(14만4천명)가 줄었으나 이와 반대로 천주교는 10년동안
74.4%(219만5천명)가 늘었다고 한다.
오늘 한국의 기독교 가운데서 가장 성장력이 빠른 것은 천주교이다. 김수한 추기경이 추기경으로 서품된 이후 또 다시 정진석 추기경이 서품된 것은 한국 천주교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오늘 천주교는 조용하게 그러나 착실하게 교세를 다져가고 있다. 우리가 정신을 바싹 차리지 아니하면 아마 멀지 아니해서 천주교가 한국에서 개신교를 앞지를 수도 있다. 이 성장 속도는 대단히 놀라운 속도이다. 지금 한국 개신교 가운데 이에 비길만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개신교는 1885년에 언더우드 목사와 아펜셀러 목사가 미국 장로교와 감리교에서 선교사로 파송받아 한국에 복음을 전파하므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 이들이 세운 교회가 새문안장로교회와 정동 감리교회이다. 이후에 다른 여러 교파들이 들어왔다. 성결교회는 1907년 동양선교회를 기반으로 하여 서울 무교동 12번지에 처음으로 교회가 세워졌다. 그러므로 1백년전의 일이다. 당시 무교동 일대는 아주 음침하고 정말 어두운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곳에 교회가 세어지므로 이 교회는 등대가 되어 사중복음을 전도의 표제로 한 성결교회의 모교회가 되었다.
한국의 기독교는 한국에서 문화를 변화시키는 하나의 변용력으로써 놀라운 한국의 근대문화를 창조해 왔다. 그 대표적인 실례를 든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말인 한글을 일반 대중에게 보급하는데 앞장섰다. 당시 한자만을 우대하고 한글은 언문이라고 하여 천시하던 때에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여 일반 대중에게 보급시켰으며 배우지 못한 대중을깨우쳐 주었다.
둘째, 배재학당이나 이화학당 등의 교육시설을 통하여 근대화 교육의 산실이 되었다. 이렇게 하여 많은 개화기의 인재를 배출하여 독립운동의 선구자들뿐만이 아니라 해방직후 건국의 지도자들이 이 교육기관을 통해서 육성되었다.
셋째, 현대 의료기술 도입의 통로가 되었다. 세브란스와 같은 의료 전문학교를세워 국민보건을 위해서 근대적인 의료보건 기술을 가르쳐 주었다.
넷째, 당시 유처취처 등 중혼이 통용되던 때 일부일처와 같은 제도를 강조하여 윤리 도덕을 재확립하였으며 금주금연을 생활화하여 새로운 윤리적인 기풍을 이룩하였다.
다섯째, 신앙의 자유를 얻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독교가 신앙의 자유를 획득함으로 인하여 구한말 한국정부는 불교와 천주교에도 신앙의 자유를 허락하였다. 또한 천도교와 같은 종교도 기독교를 모방하여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하자면 한국의 종교를 자극한 이와 같은 현상도 역시 기독교가 그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여섯째, 사회복지에 크게 기여하였다. 사회사업을 통하여 처음으로 나환자를 위한 병원, 빈민구제 사업, 고아원, 모자원, 양로원 등을 만들었다. 오늘 날 우리 나라의 사회사업 기관의 90%가 기독교계 기관이다.
일곱째, 직업에 대한 의식을 바꾸게 했다. 당시의 상공농사의 관념을 확 바꾸어버렸다. 모든 직업은 신성하다고 보게 하였다. 그리하여 일제치하에서도 산업발달에 종사하였으며 해방 후에 공장을 세우고 여러 가지 근대화 산업을 이루는데서도 기독교 안에서 육성된 기업인들의 힘이 크게 작용하였다.
여덟째, 한국 민주화에 기여했다. 기독교는 민주사상을 고취함으로서 민권사상을 위해 일제하에서 항쟁해 왔을 뿐만 아니라 3·1독립 운동과 독립협회를 통해서 그 외에 신간회와 같은 많은 운동을 통해서 정치적인 독립에 힘을 기울였으며 군부 독재에 저항하여 민주화에 기여하였다.
이렇게 하여 기독교는 보이지 않게 이 나라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근대화에도 앞장 서왔다. 일제하의 어두운 시대에도 기독교는 한국에서 서양을 내다보고 서양의 기술과 문화를 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우리도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새마을 운동 등 정치지도자의 이념과‘믿음대로 된다’는 교회 강단에서의 외침은 서로 맞아 떨어져 국민들의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크게 기여했다.
오늘의 기독교에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오늘 한국의 최대 종교로써 국민의 여망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모 부대의 지휘관이 불교를 믿고 있으면서도 불교 신도들에게는 중대한 일을 맡길 수가 없어서 기독교인들에게 교회당을 세워줄 터이니 와서 전도하면서 어떤 일을 맡으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심지어 불교인까지도 자기를 정말 지켜줄 사람으로 기독교인을 자기 주위에다 심어 놓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이와 같이 기독교가 자라고 있는 것은 아시아에서도 놀라운 일이다. 일본에 복음이 전해진 시기는 우리나라보다 250년이 앞서 있지만 일본의 기독교인 수는 전체 인구의 0.8%에 불과할 뿐이다. 일본은 다신교 국가로서 신의 종류가 800만이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기독교인들의 숫자는 겨우 1백만명을 조금 넘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성결교회 하나만을 가지고도 1백만명에 다가서고 있다. 일본에서는 천주교와 기독교를 합해도 2백만명을 조금 넘어설 뿐이다.
필리핀은 천주교가 80%이지만 개신교는 별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 태국, 버마, 베트남, 대만 등 아시아의 대부분의 나라들을 볼 때 한국이 기독교적인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교회가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2005년 인구센서스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교회는 3만6천여개이며 교역자 수는 5만 1천명이 넘는다.
그리고 한국에서 제일교회가 많은 곳이 바로 서울이다. 밤에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면 빨간 네온 십자가가 마치 수놓은 것처럼 서울의 야경을 아름답게 하고 있다. 섰다하면 교회라는 말이 생길 정도이다. 그와 같이 교회가 많다는 말이다. 외국인들이 우리 나라에 와서 이렇게 많은 교회를 보고 놀란다는 것이다. 정말 한국에 있어서 정신적 힘은 교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한국의 희망이다.
<다음호에 계속>
목사 우창준
연희제일교회 목사
총회 헌법연구위원회 위원장
서울신학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 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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