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준 목사(기성 하늘동산교회)

“에이지리스(ageless)와 내적 성숙”

5. 복잡한 시대가 되었다. 100세 시대가 되었다. 그에 따라 과거보다 더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첨예하게 갈등을 일으키는 시대가 되었다. 개인주의 시대가 된 것을 한탄했건만 막상 강제적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행되자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디지털 유목민이니 디지털 동반자이니 하지만 인간은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기적 생존경제가 아닌 이타적 생명 경제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필요하며 경제에 더 적합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낀다.

6. 그렇다면 세상이 에이지리스는 이야기할 때, 교회는 어린아이와 같은 심령으로 거듭남이 더 중요함을 보여줘야 한다. 세상이 백세시대를 꿈꾸고 웰빙을 이야기할 때, 목사는 죽음 그 너머를 삶으로 보여주는 웰다잉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변화를 꿈꾸지만, 그 변화는 본질이라는 축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험을 꿈꾸지만, 그 모험은 돌아올 집이 있고 고향이 있기에 모험이지 사랑하는 가족이 없고 사랑의 공동체가 없다면 그것은 모험이 아니라 목적 없는 방황일 뿐이다. 그렇기에 교회는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나무가 되어야 한다. 내 안에 물든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웃을 물들일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외적인 에이지리스가 아니라 내적인 성숙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 그리고 성장”

1. 널리 알려진 단어 중에 줄탁동시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 말은 성장 혹은 때에 관한 것으로 그 뜻을 해석하자면 “줄(啐)과 탁(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라는 것이다. 즉 알 속에서 자란 병아리가 때가 되면 알 밖으로 나오기 위해 그 작고 연약한 부리로 껍데기 안쪽을 쪼는데 이를 ‘줄’이라 하며, 어미 닭이 병아리 소리를 듣고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는 행위를 도와주는 것을 ‘탁’이라고 한다.

2. 몸의 내부에 뼈가 있는 척추동물과 달리 갑각류는 몸속에 뼈가 없다. 대신 몸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껍질에 의지하여 움직인다. 그렇다면 갑각류는 어떻게 성장할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단단한 껍질을 벗고 나오는 것이다. 더 큰 갑옷을, 더 단단한 껍질을 만들기 위해서 자신에게 익숙한 껍질, 자신의 가장 큰 능력을 부정하고 깨뜨리고, 깨트리고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게, 가재, 새우 등의 갑각류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이요,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순간이다. 가장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위험천만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3. 사람이라고 다를까? 하나님의 자녀라고 다를까? 줄탁동시는 어린이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줄탁동시는 장성한 자, 믿음의 성장통을 겪는 이에게만 적용되는 단어이다. 자신의 가치관, 자기 생각의 한계를 마주하지 못하는 자는 경험할 수 없는 복이다. 그것은 정치에 관한 생각일 수도 있고, 타인에 대한 이해일 수도 있고, 스스로에 관한 생각 혹은 신앙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한 가치관을 남이 깨트리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자신을 깨뜨리는 분이 하나님이실지라도. 그렇기에 하나님은 기다리신다. 우리가 스스로 나를 가두는 작은 틀을 인식하고 깨트리는 그 순간을.

4. 하나님의 사람은 계속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성장할수록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불편하지 않던 것들이 불편해진다. 이웃의 고통이 보이고, 그 고통을 보지 못하고, 혹은 외면했던 나 자신이 불편해진다. 편협하게 나의 처지에서만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웃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좁디좁은 나의 지경이 넓어진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더 많은 것을 품게 된다. 그렇기에 성장할수록 답답함을 느끼며 답을 찾게 된다. 답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버거움과 부침을 시간을 경험한다. 그렇기에 성도에게 있어서 행복과 평안은 안주하게 하는 덫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고난과 시련의 시간이 축복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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