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변동성,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지금의 시대는 변동성이 없는 것, 관리 가능한 것, 직선으로 우상향하는 것이 추앙받는 시대다. 현실의 삶을 한 가지 숫자에 갖다 맞추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든 하나에만 목표를 맞추고 억지로 하다보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나오고, 기분이 좋지 않다. 육체적 활동을 여가로 하면 건강에 좋은데, 똑같은 활동을 일로 하면 건강이 나빠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관리 자체가 더 큰 변동성의 씨앗이 된다. 요요현상이 그렇다. 칼로리를 계산하면서 식욕을 참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렇게 참는 것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한다.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참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변동성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변동성은 생길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에서도 약간의 침체, 게으름, 일탈,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매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할 수만은 없다. 침체의 시기 이후 다시 규칙적인 삶으로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5. 채울 것과 비울 것

무언가를 자꾸만 더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세상이다. 어떤 사회의 현대적 성패를 가르는 많은 기준들이 그렇다. 더 많은 신기술을 산업에 적용해서 다시 단위시간당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런 사고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 있다. 무언가를 더 섭취하거나 투여해서 노화를 늦추려는 노력이다. 대부분의 영양소들이 부족할 때 우리 몸에는 어떤 문제가 생긴다. 병적으로 특정 영양소가 부족할 때 생기는 생물학적 변화와 삶에게서 나타나는 현상들 중에 상당 부분은 이러한 영양소를 보충해주면 개선이 된다. 때로는 특정 영양소의 필요한 양이 노화 정도나 기저질환에 따라 바뀌는 경우도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단백질 섭취량인데, 노화나 만성질환에 의해서 동화저항이라는 현상이 생기게 되면 젊은 사람에 비해 더 많은 양을 섭취해주어야만 식후나 운동 시에 근육이 어느 정도 합성이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단백질을 많이 먹는다고 몸이 건강해지고 안 생기던 근육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영양소의 결핍과 문제가 되는 임상 증상의 관계가 때로는 완벽한 인과관계이기보다는 부수현상에 가까운 것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타민 D 결핍과 낙상이후 뼈가 부러지는 위험성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비타민 D는 햇빛의 자외선을 받을 때 생성되는데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골다공증, 근감소증, 비만, 고혈압, 당뇨, 인지 기능 저하, 우울 등 온갖 나쁜 병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햇빛을 보고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뼈도 튼튼하고 배도 덜 나오고 기분도 더 좋지 않겠는가. 기분이 좋지 않을 경우 폭식도 하게 되고, 야외 운동도 적게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바타민D가 심하게 부족한 사람에게는 비타민 D를 공급해 주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만, 일반적인, 혹은 비타민 D가 부족한 사람에게 비타민 D를 더 많이 공급한다고 해서 낙상이나 골절 개선 효과가 관찰되지는 않는다. 이처럼 도움이 될 가능성이 없는데도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은 산업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돈을 더 내고 뭘 더 먹는 행위 자체로 ‘건강 개선’이라는 희망을 사는 것이다.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은 대개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먹는 것도, 스트레스도, 영양제도, 늘리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내 몸의 노화 속도에는 이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잠, 운동, 섬유질 채소, 머리 비우는 시간 등이다. 이것들은 노화와 동반되는 만성염증이나 대사적 이상과 연관이 있고, 가속노화의 악순환을 거꾸로 돌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사람의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변화되려면 고품질의 렘(REM, rapid eye movement) 수면이 필요하다. 잠을 과하게 줄이면, 또는 밤을 새우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증가됨과 동시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도 증가되기에, 음식이 당기고 화가 늘어나고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뇌가 녹아버리는 느낌이랄까.

운동도 잠과 비슷하다.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운동을 필수라고 생각하고 우선순위에서 일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운동을 하면 절식과 연관된 유익한 기전들(AMPK, 자가포식, 미토콘드리아 호메시스)이 신나게 활성화된다. 이에 더해, 유익한 보상회로와 엔도르핀 덕에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정신력(마음의 체력)과 집중력이 향상된다. 한마디로 부작용이 없는 코카인이다. 더불어 마음챙김은 부작용없는 마라화나라고 해도 될 것 같다.

2부 질병: 노년의 질병,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까?

생물학적 나이와 숫자 나이의 관계에 중요한 것은 노쇠지수이다. 같은 나이의 두 사람이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위암을 수술하기 위해 걸어서 병원에 입원한다. 한사람은 입원해서 다음날 위암수술을 잘 받고 며칠만에 퇴원해서 일상생활로 복귀한다. 다른 한사람은 수술 다음날부터 밤낮이 바뀌기 시작하더니(섬망) 거의 먹지를 못하고, 수액을 공급했더니 숨이 차오르고, 누워만 지내는 날이 길어지며 근육이 빠지고 욕창이 생기며, 결국 폐렴이 되어 2~3주 후에 침대에서 일어날 힘이 없어 요양병원으로 가게 된다. 같은 나이, 같은 수술인데도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 이 두 사람의 차이를 결정하는 요소가 바로 노쇠 정도이다.

만성질환은 대개 노화 축적의 결과다.

만성질환들은 단일 병원균이 아닌 환경과 유전자, 시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시스템의 기능과 구조 이상이 축적되어 발생하는 노화의 중간 결과이다. 오랜시간 만성질환을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다른 문제(심근경색, 뇌졸중)가 생길 위험성을 높인다. 그 최종결과는 노쇠 또는 사망이다. 저자는 노인내과 의사이다. 저자의 진료실을 찾는 어르신들은 대게 노쇠도 있고, 여러 만성질환을 가지고 계신 경우가 많다. 진료실에서 검사나 투약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저자의 앞에 계신 어르신께서 이 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한 가지 병만 가지고도 마음속이 복잡해지는데, 노인들은 만성질환의 개수가 많다. 마치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어폰 줄을 풀 듯 낑낑거리면서 하나하나 풀어가는 게 노인병 의사의 일이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이익이 될 만한 일을 적절히 계획해 주어야 한다. 먹는 약이 너무 많으면, 노쇠 정도와 기대여명을 고려하여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약을 줄이기도 한다.

정희원, 지속 가능한 나이듦, 두리반,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