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곤 목사/한국교회순교자유족회 대표

1956년 중남미 에콰도르 아우카족에게 선교사 5명이 접근했다가 창끝에 무참히 죽임당했다. 그러나 선교사 가족들은 그들을 용서하고 사랑으로 섬겼다. 결국, 아우카족 90%가 예수님을 영접했다. 시간이 흘러 2세 선교사인 스티브 세인트 선교사가 ‘창끝’ 영상과 기록을 담은 책을 가져와서 강의할 때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증언했다. “내가 열네 살에 세례를 받았어요. 집례자가 누구였을까요?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입니다. 어머니는 목사가 된 그분에게 집례를 부탁했습니다. 그곳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이 먹고, 같이 예배하고, 같이 잡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백인들의 흑인 탄압이 극심한 나라였다. ‘넬슨 만델라’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면회와 편지는 6개월에 한 번만 허용되는 최악의 옥중에서 27년간을 살아야 했다. 만델라가 감옥에서 풀려나 흑인 대통령으로 1994년 선출된 후 그가 처음 시행한 것은 백인들에 대한 용서였다.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설치하고 용서와 화해를 강조하는 과거사 청산을 실시했다. 과거의 죄가 무엇이든지 대중들 앞에서 죄악을 진실로 고백하면 무조건 용서하였다. 만델라는 자신을 감옥 보내고 괴롭혔던 자들과 기쁘게 예배를 드렸다.

한국전쟁 때 신안 앞바다 임자도에서는 인구 1만 3천 명 중 21%인 2천7백여 명이 학살당하고 48명 교인이 순교했다. 임자도를 수복하기 위해 군인들이 들어갈 때 부모와 형제 13명을 잃은 이인재 집사가 함께했다. 군인들이 공산 좌경세력을 체포하고, 처형하는 현장에서 이 집사에게 총을 주며 복수할 기회를 주었다. 이때 이 집사는 “지휘관님! 저 살인자들이 공산 사상을 버리고 예수님을 믿는다면 용서해 줍시다”라고 요청했다. 이인재 집사의 용서는 임자도를 보복이 없는 평화의 섬으로 만들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예배드리고 있다.

정태기 박사가 증언하기를, “이인재 목사님이 마지막 목회지인 진리교회에 부임하였을 때 주민들은 성자가 돌아왔다면서 대환영했습니다. 믿지 않던 주민들이 교회를 나오기 시작하였고 좌경사상을 가졌던 마을주민 대부분이 예수 믿는 자들이 되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부흥의 역사라고 평가합니다.” 가해자가 철천지원수지만 함께 예배드릴 수 있다.

필자의 가족도 한국전쟁 시 예수 믿는다는 이유로, 공산당은 할머니 윤임례 집사님의 목을 치고 화형을 시켰다. 이때 교회당과 집이 불에 탔다. 작은아버지 김용채 집사 부부는 총살, 3명의 사촌 형은 빈 우물에 생매장, 나의 형 성곤은 타살당했다. 박호준 집사와 김용술 당숙은 항문에 말뚝을 박고 칼질해 죽였다. 김정두 조부 가족과 김환두 조부 가족은 죽창과 칼로 죽인 후 불을 질러 화형 시켰다. 전쟁이 끝난 후 아버지 4형제는 가해자를 찾아가 그들을 용서하고 예수님을 영접시켰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와 50여 년 동안 함께 예배드렸다.

지금, 휴전선이 거치고 북한의 문이 열린다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예배드릴 수 있을까? 오늘의 정치 상황은 좌우익 간에, 남북 간에 피 터지게 싸우기에 함께 예배는 불가능하다. 남북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흘러갔지만, 상대 진영을 욕하고 정죄만 하고 있기에 휴전선이 열리면 안 되지요. 모든 그리스도인이 상대 진영을 정죄하지 않고, 예수님 사랑을 체험한(십자가의 빚) 우리가, 민족의 죄를 끌어 않고 회개할 때 휴전선이 열리고 원수를 끌어안고 하나님께 상달되는 진정한 예배를 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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